[스포츠] '지동원 부활골' 슈틸리케호, 자메이카에 3-0 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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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으면 터진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예지력'은 이번에도 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그만의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 선수들을 전격 발탁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은 보란 듯이 대표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정협(24·상주 상무)이었다. 무명의 2부 리거를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발탁해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만들었다. 이후 이재성(23·전북 현대), 권창훈(21·수원 삼성), 석현준(24·비토리아) 등이 슈틸리케 감독의 손길을 받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지동원은 '4년의 저주'에 걸려 있었다. 청소년 때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며 한국 축구 기대주였던 지동원이다. 하지만 2011년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기량이 떨어졌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지동원은 잉글랜드 선덜랜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도르트문트 등을 전전해야 했다.

경기에 뛰지 못하니 당연히 경기력과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고, 대표팀에 소집되도 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동원은 대표팀에 소집될 때 마다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저주는 이어졌다. 대표팀에서 지동원은 비난의 대상, 조롱의 대상일 뿐이었다.

4년이 흘렀다. 지동원이 대표팀에서 골을 넣은 지 4년이 넘었다. 2011년 9월 2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레바논전에서 2골을 넣은 후 지동원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1경기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격수가 21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한 것은 문제가 컸다. 대표팀이 지동원을 포기할 상태까지 이르렀다. '4년의 저주'였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의 손을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을 다시 한 번 테스트 해보고 싶다"며 지동원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확신은 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누구도 풀지 못한 지동원 '4년의 저주'를 풀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지동원은 골로 화답했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지동원은 선발 출전했다. 경기 초반부터 연이은 드리블 돌파와 슈팅으로 예열을 마친 지동원은 전반 34분 한국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아크 왼쪽에서 올라온 정우영의 코너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 자메이카 골망을 흔들었다. 지동원의 9번째 A매치 골이다. 22경기 만의 골이었다.

지동원은 멈추지 않고 후반 9분 위력적인 문전 돌파로 파울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오른발로 마무리 지었다.

황의조의 세 번째 골도 지동원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지동원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흐르자 황의조가 잡아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3-0. 세 골 모두 지동원의 발끝과 움직임에서 나온 골이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지동원의 저주가 4년 만에 드디어 풀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과 지동원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저주가 풀린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동원은 대표팀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려야 하고, 소속팀에서도 비상해야 한다. 축구팬들은 다시 지동원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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