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특별지도' 이유로 오전 3시33분에 학생들에게 취침보고 받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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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여대에서 ‘특별지도’를 이유로 학생의 취침·기상 보고를 받는 등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논란을 일으켜 해임된 교수가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해임 취소 처분을 받아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11일 서울여대와 해당 학과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전 학과장인 A(49) 교수는 “특별 지도를 해 주겠다”며 20여 명의 소속 과 학생을 모아 ‘스페셜 워너비’라는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매일 새벽 ‘취침보고’와 ‘기상보고’를 받았다. 학생들은 오전 3시33분이 되면 ‘333’이라고 메시지를 올려 자신이 그 시간까지 공부나 과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A교수에게 알려야 했다. 오전 7시에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A교수는 이를 지키지 않는 학생을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질타했다고 한다. 보고를 빼먹거나 연락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엔 자정까지 전화로 꾸중을 하곤 했다.

A 교수는 학생들의 이성교제까지도 관여했다. 그는 자신의 학생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학생은 연애하느라 이런 것도 못하나 보네” 등의 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올해 초 진상조사에 착수한 학교 측은 이 같은 학생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하고 6월 말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를 해임했다. 그러나 A교수는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교원소청위는 지난달 8일 “혐의는 인정되나 해임 처분은 너무 무겁다”면서 해임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학생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A교수의 복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성명서를 내고 “A교수의 압박때문에 일부 학생들이 스트레스성 하혈 등의 질환을 앓을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면서 “학생회는 피해 학생들의 안위와 재학생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A교수의 복귀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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