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받은 건강기능식품, 무작정 먹다간 부작용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48호 22면

추석이 지나면 집에 꼭 한 두개씩은 쌓이게 되는 게 건강기능식품이다.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약 4조원. 추석과 설과 같은 명절 때 가장 많은 선물이 오고간다. 하지만 비싼 선물이라고 무턱대고 복용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식품과 다르다. 식품의 유효성분만 농축했기 때문에 효능이 큰 만큼 잘못 먹으면 부작용도 크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만큼 좋은 제품이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잘 가려먹어야 하는 이유다.


특정 질환이 있다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대표적이다. 홍삼이나 글루코사민 제품이 혈당을 올릴 수 있다. 시중에 파는 홍삼 제품 중 실제 홍삼의 고형 성분은 10%도 안 되는 것들이 많다. 나머지엔 단맛이 나도록 과당과 각종 첨가물을 넣는다. 제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과당이 많이 들어간 것을 생각 없이 하루 몇 팩씩 복용하다보면 혈당이 크게 높아진다. 글루코사민은 핵심 원료 자체가 당 성분이다. 아직 의학계에서 찬반 논란이 있긴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복용했을 때 혈당을 올릴 수 있다는 논문이 여럿 있다. 섭취할 때 혈당 변화를 유의해서 체크해 본다.


고지혈증인 사람은 효소와 식이섬유 제품을 조심한다. 구토와 설사,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왜 고지혈증 환자에게 이런 부작용이 더 생기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혈중 지질이 높은 사람이 이들 성분을 소화할 때 장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아토피 환자는 홍삼·인삼 제품 섭취 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누리한의원 권선근 원장은 "원래 홍삼은 면역 기능을 좋게 해 아토피를 예방한다. 부작용이 일어난 것은 안 맞는 사람이 먹어서 그렇다"며 "아토피를 겪는 사람 중 소양인, 또는 열이 많이 나는 사람은 홍삼이 열을 나게 해 피부 발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은 뒤 섭취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비해소에 도움을 주는 다시마 환은 갑상샘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유의해서 먹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갑상샘기능이 떨어진 환자 몸에 갑자기 많은 양의 요오드(다시마 성분)가 들어오면 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질환이 있어 약을 먹고 있는 사람도 주의한다. 약의 효능을 떨어트리거나 상승시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알로에 제품이 그렇다. 신부전증·고혈압 등으로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알로에를 섭취하면 체내 칼륨 농도가 떨어져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클로렐라는 심장이나 뇌 혈관 수술 후 와파린(혈액응고를 막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금기다. 클로렐라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 K성분이 지혈 작용을 하는데, 와파린의 약효를 상쇄시킬 수 있다.


그밖에 골다공증 치료제는 마그네슘·칼슘·철 성분, 당뇨병 치료제는 비타민B3, 고혈압치료제는 요오드·칼륨 성분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외려 약효를 떨어트리는 작용을 해서다. 이들 성분이 든 영양제를 꼭 먹어야 한다면 약 섭취 후 2~3시간 간격을 두되 섭취 전에는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