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하늘서, 반군은 지상에서 IS 근거지 공격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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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척결에 팔을 걷어 부쳤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득세하는 걸 방치했다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중동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의 시리아 정권 지지는 바그다드(이라크)-테헤란(이란)-다마스쿠스(시리아)-모스크바(러시아)로 이어지는 ‘반미의 축(Axis)’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군 등 2만5000명에 무기
터키 국경 막아 보급선 끊기
시리아전 참전 러시아 견제
알아사드 정권 축출도 노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동부 락까에 대한 본격적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가 시리아에서 IS와 교전하는 쿠르드 민병대와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직접 제공하고 터키 공군기지에서 전폭기를 발진시켜 락까에 대한 공습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NYT는 미군이 공습을 강화하는 가운데 2만여명의 쿠르드 민병대와 3000~5000명의 시리아 반군을 동원해 락까에 대한 지상 공격을 시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터키 국경 100㎞에 배치돼 IS 보급선을 끊을 계획이다. 미 정부는 그 동안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꺼려왔다. 이 무기가 자칫 급진 이슬람 조직에 유입돼 미국을 공격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직접적 무기 제공에 나선 건 러시아·이란이 시리아전에 본격 참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기지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 폭격을 시작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미국이 축출하려는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은 IS를 폭격한다며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을 공격했다. 이란도 같은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일 지상군을 파견했다. 러시아·이란의 개입으로 시리아전은 대(對) IS전과 시리아 내전 주도권 확보라는 두 갈래로 확대됐다.

 미국의 시리아 반군 지원은 IS 격퇴와 함께 러시아 견제, 알아사드 정권 축출이라는 다목적용이라 할 수 있다. 미 정부 고위 관료는 “시리아 전투가 공습 위주에서 지상전으로 확대돼 전투의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중부군사령관도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향후 6개월동안 락까 같은 시리아 주요 도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시리아 도시 공격이 이라크의 IS까지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지상군의 참전 없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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