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임상] 영국 자궁이식 허용 … 불임 여성에게 ‘희망의 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기사 이미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후천적으로 자궁을 잃은 여성에게도 출산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스웨덴에 이어 영국에서도 자궁이식 수술이 허용되면서 자궁 이식이 불임 치료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영국 런던의 왕립의대가 자궁이식 수술을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승인한 소식을 전하면서 불임 치료에 있어 자궁 이식 수술의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가디언은 퀸 샬럿-첼시병원의 리처드 스미스 박사의 말을 인용해 “암 판정 등으로 자궁을 제거한 가임기 여성 5만여 명에게 자궁이식 수술은 희망의 빛줄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박사는 19년간 자궁이식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자다.

가디언에 따르면 자궁이식 수술은 우선적으로 25~38세의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진행된다. 이식되는 자궁은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서 공여받는다. 교통사고·심장병·뇌졸중으로 소생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18~50세의 공여자들이다. 자궁이식 수술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성공적으로 이식되면 이르면 2017년 말에 영국 최초의 자궁이식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

자궁이식은 면밀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수술에 앞서 여성에게서 채취한 난자와 배우자의 정자를 체외 수정해 배아를 만들고 냉동 보관한다. 그 다음 심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뇌사자의 자궁을 산모에게 이식한다. 이식 후에는 면역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1년 동안 면역억제제가 투여된다. 거부반응 없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다고 판단되면 냉동 배아 중 하나를 자궁에 착상시킨다. 출산은 자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제왕절개수술로 진행된다.

자궁이식 수술 성공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6시간에 걸친 긴 이식 수술 중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이식에 따른 면역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1년여 간의 면역억제제 투여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 주웅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궁이식 수술은 혈관이 잘 이어진 후 혈액순환이 성공적으로 되면 신장이나 간과 같은 다른 기관 이식처럼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이는 선천성 자궁 기형으로 임신·출산이 불가능했던 여성과 여러 차례 유산으로 자궁 앞뒤가 유착된 여성, 첫 아이 출산 시 과다 출혈로 자궁을 적출한 불임 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궁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더라도 면역 거부반응으로 수정란이 생존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수 있다”며 “면역 거부반응 없이 수정란이 착상돼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이어지는 것이 불임 여성이 출산에 성공하는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윤혜진 기자 yoon.hye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