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스타들 "왕별 땄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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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의 별은 케이블에서 뜬다?"

국내 케이블 방송의 역사가 벌써 10년. 시청점유율이 전체 방송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케이블이 TV 스타의 새로운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케이블의 연예오락 프로가 공중파보다 한층 실험적인 만큼 출연자들이 '끼'를 발휘하고, 그래서 팬층을 형성하기 쉬워서다.

요즘 SBS '똑바로 살아라',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등에서 진행자로, 연기자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탤런트 서민정을 보자. "꾀꼬리 같은, 산뜻한 사이다 느낌의 목소리… 꾸밈 없는 성격… 입고 나왔던 옷과 바지와 머리끈과 귀걸이 하나하나까지 맘에 듭니다."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팬레터다. 극찬에 가깝다. 서민정은 지난해 MBC '섹션TV 연예통신'으로 공중파 방송에 본격 등장했는데, 어느 열혈 팬이 2000년에 이미 그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줬다. 케이블방송 NTV의 '음악천하'를 진행하면서부터 팬이 생겼다는 얘기다.

탤런트 하하가 MBC '논스톱 Ⅲ'에 출연하게 된 것도 케이블방송 m.net의 '왓츠업 요'에서 얻은 인기가 배경이다. 본래 '지키리'라는 힙합그룹으로 연예계에 첫발을 디뎠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터에 프로그램의 벌칙으로 몸뻬바지를 입은 채 압구정동을 돌아다니고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래를 하는 등 기발한 행동으로 청소년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았다.

SBS '여고시대''도전 1000곡' 등 연기와 진행을 겸하는 이유진은 98년 수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이듬해 MTV에서 시원시원한 말솜씨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길거리 인터뷰로 신청곡을 틀어주는 '모스트 원티드'로 출발해 이내 이 채널의 간판격인 '히트 리스트'를 진행했다. SBS'한밤의 TV연예'에서 낯익은 이기상은 94년 m.net에서 선발한 국내 VJ 1호이고 장영란도 '쇼킹걸'이란 별명의 m.net VJ다.

가수들도 마찬가지. 특유의 입담으로 각종 오락프로그램의 단골이 된 이성진 역시 m.net의 '핫 라인 스쿨'을 통해 자신의 장기를 꽃피웠고, 주얼리의 박정아 역시 MTV의 '라이브 와우'를 진행했다.

사실 자체 제작이 활발했던 케이블TV 초창기의 진행자들 중에는 톱스타가 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EtN의 '생방송 연예스테이션'의 진행자 자리에는 이 채널의 전신인 HBS의 '연예특급'까지 합쳐 연기자 김정은.장진영.이윤성, 가수 장호일 등이 다녀갔다.

CTV의 '문화산책'은 현재 SBS'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진영, GTV의 '시선집중 패션자키'는 모델에서 영화계 톱스타로 변신한 차승원이 진행자였다. 모두 지금은 없어진 채널이름이다.

SBS '한밤의 TV연예'의 배성우 PD는 "미국의 경우 지역방송에서 경험을 쌓아 전국방송으로 진출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우리나라도 케이블TV 같은 매체가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PD는 "케이블 출신들은 생방송을 자주 하면서 익힌 순발력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이런 사정으로 연예계 진출을 위해 아예 처음부터 케이블 방송을 두드리기도 한다. '생방송 연예스테이션'의 유성모 PD는 "자기가 키우는 신인 연기자나 가수들을 고정 출연시키고 싶다는 매니저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이블 스타=공중파 스타'라는 공식은 없다. 케이블의 경우 시청자가 젊고 매니어 성격이 강한 반면 공중파는 한층 다양한 시청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m.net '가요발전소'의 박지영 PD는 "케이블에서 충분히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을 확실히 만든 뒤 공중파로 진출해야 제자리를 잡는다"고 귀띔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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