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산둥~랴오닝 연결하는 세계 최장 해저터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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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遼寧省)과 산둥성(山東省)이 해저터널과 다리로 하나가 된다. 동북 3성과 베이징 등 최소한 9개 성과 시의 3억 인구가 보하이(渤海)만 경제권을 중심으로 통합된다는 의미다.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해저 터널 건설 구상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1일 보하이만 해저터널 연구팀이 최근 '환보하이(環渤海)지구합작발전요강'을 확정해 곧 국가발전계획위원회(발개위)에 보고할 예정이며 이후 2주 내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안에 따르면 산둥성 펑라이(蓬來)와 랴오닝성 뤼순(旅順)을 잇는 보하이만 해역의 125㎞에 걸쳐 터널과 다리가 건설된다. 터널이 완공되면 일본 혼슈(本州)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函館)를 연결하는 세이칸(靑函) 철도 터널(53.85㎞)을 제치고 세계 최장 해저 터널이 된다. 두 도시 중간에 위치한 다친다오(大欽島)와 샤오친다오(小欽島)도 경유한다. 뤼순에서는 중국 동북지역 최대 항구인 다롄(大連)까지 별도의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발개위에서 최종 승인이 나면 이 안은 내년부터 시작하는 중국의 제1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포함돼 예산이 마련된다. 류신화(柳新華) 루둥(魯東) 대학 환보하이발전중심 주임은 "국가 거시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발개위가 보고를 받고 이 안의 확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확정된 기본안이 발표되고 최종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과 교량은 10년에 걸쳐 건설되며 건설비는 2000억 위안(약 37조 2700억원)으로 산정됐다. 공사가 끝나면 현재 철도로 20여 시간이 걸리는 두 도시간 거리(1980㎞)는 1시간대 생활권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산둥성과 랴오닝성 단일경제권 구축은 물론 헤이룽(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 등 동북 3성과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허베이(河北)·네이멍구(內蒙古) 등 9개 성이 일일 경제권으로 묶어질 전망이다. 이 경제권의 면적은 186만㎢, 인구는 3억 명이 넘는다.

특히 네이멍구를 보하이만 경제권으로 묶기 위해 터널 공사와 함께 베이징과 네이멍구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를 잇는 고속철 공사도 시작된다. 페이둥빈(費東斌) 후허하오터 철도국장은 "베이징과 네이멍구를 잇기 위해 지난해 후허하오터~장자커우(張家口) 고속철 공사가 시작됐고 2017년 완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해저 터널 건설 구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009년 "한·중 경제와 인문교류 활성화를 위해 해저 터널 건설이 필요하다"며 인천~웨이하이(威海·341㎞), 화성~웨이하이(373㎞), 평택·당진~웨이하이(386㎞), 웅진~웨이하이(221㎞) 등 4개 후보 노선을 제시했다. 당시 중국 정부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설계와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협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보하이만 해저 터널 공사를 시작할 경우 한·중 해저 터널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국무원은 1992년부터 보하이만 해저터널 건설을 구상했다. 이후 터널 전문가들은 ▶해상대교 ▶해저터널 ▶대교+터널의 3가지 설계 방안을 놓고 연구를 계속했으며 최근 해저 터널과 교량 병합 건설로 결론을 내렸다. 천야오(陳耀)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해저 터널의 경우 항저우(杭州)만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건설한 사례가 많고 관련 기술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건설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대형 선박 통과와 해저 지형 등을 고려하면 다리와 터널 병합 방식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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