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리서 팁 계산 안돼…식당들 큰 혼란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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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MV 단말기 설치를 마친 LA한인타운 내 한 식당의 칩 카드 결제 모습. 현재 나오는 EMV 단말기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신현식 기자

'EMV 단말기'로 카드 결제 내일부터 시행된다는데...

손님이 카운터에 가서 팁 포함한 금액 결제
업주들, 불편 잇따르자 반환 요청 부쩍 늘어
가격 비싸…한인 마켓들도 교체 저조한 편

#. LA한인타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 일찌감치 EMV(Europay, Master Card, and Visa) 단말기를 설치했던 김씨는 최근 이 단말기 처리를 놓고 고민중이다. 현 단말기로는 예전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할 때처럼 팁 처리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종업원이 고객 자리에 음식 청구서를 놓으면 고객이 마그네틱 카드를 놓고, 이를 종업원이 가져간 뒤 결제하면 됐다. 그후 카드와 함께 영수증을 고객 자리에 놓으면 고객은 팁을 쓰면 됐다. 하지만, 칩(IC) 카드는 그게 안 된다. 칩 카드 사용 규정에 따르면 고객들은 청구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직접 계산을 해야 하고, 결제할 때 팁 액수까지 말해야 한다. 음식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마이크로 칩이 내장된 칩(IC)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EMV 단말기 설치 표준화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LA 한인타운 식당가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일고 있다. 칩 카드와 EMV 단말기 사용으로 인해 그간 '자리 계산'과 '팁 문화'가 정착한 요식업 영업 환경이 통째로 바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객 자리에서 모든 결제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고객이 직접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가 음식값을 결제해야 하고, 이때 종업원에게 팁 액수까지 말해야 한다. 그나마 POS 시스템을 갖춘 식당에서는 청구서를 출력할 때 팁 란을 포함시키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종업원이 고객에게 팁 액수를 묻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카운터까지 가서 계산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EMV 단말기를 사용하면 고객이 불편한 결과가 초래되자 EMV 단말기를 회수해 달라는 식당의 요청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MV 단말기 도입은 영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다. 아무래도 식당업주들은 고객들이 불편해 하는 점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또, 고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계산을 하려면 카운터 앞에 줄을 서야 해 복잡하다"며 "적응이 쉽지 않은 업주의 경우 회수 요청을 한다"고 설명했다.

카드프로세싱업계에서는 EMV 전환 시작단계인 만큼 이 같은 시행착오는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EMV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는 결제사기 발생시 금전적인 책임을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단말기 교체는 점진적으로는 대중화될 것임에는 확실해 보인다. 그동안은 90% 이상을 카드사가 책임을 졌다.

업계에서는 여러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팁 계산을 감안한 단말기 프로그램이 곧 나올 예정이며 고객 자리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소형 무선 EMV 단말기도 나오게 된다.

CDS 카드서비스 관계자는 "팁 부분이 가장 예민한 부분인데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곧 시행될 것"이라며 "칩 카드 사용이 대중화된 유럽의 식당에서는 소형 무선 EMV 단말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사회는 전국 트렌드와 별 차이 없이 단말기 설치가 저조한 상황이다. 한인마켓의 경우 시온마켓과 코리아타운 플라자마켓 정도만 완료된 상황이다. 갤러리아의 경우 단말기 설치는 마쳤고, 프로그램 업데이트중이다. 한남체인과 H마트는 아직 예전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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