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측근 무기거래상 조풍언씨 1천억대 국내 재산 '정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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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측근으로 알려진 재미동포 무기거래상 조풍언(曺豊彦.사진)씨가 최근 국내 재산 매각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 있는 그의 재산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 삼일빌딩과 이 빌딩에 입주한 대우정보시스템, 그리고 DJ의 일산 자택 등.

대우정보시스템의 매각 작업을 추진했던 법무법인 관계자는 17일 "曺씨가 지난 4월 대우정보시스템 지분을 1백80억원에 넘기기로 모 벤처기업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면서 "현재 실사 작업 등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걸로 안다"고 밝혔다.

또 2001년 3월 삼일빌딩을 산업은행으로부터 5백2억원에 인수했던 홍콩 소재 투자회사 스몰록 인베스트먼트 역시 빌딩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몰록 인베스트먼트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로 실질적 소유자는 曺씨로 알려져 있다.

삼일빌딩 매입 제의를 받은 한 벤처기업가는 "曺씨는 대통령선거 직후인 올해 초부터 몇몇 기업을 상대로 빌딩 매각을 교섭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놓은 가격이 구입가보다 2백억원 이상 많은 7백억~8백억원이나 돼 흔쾌히 나서는 원매자가 없다는 것이다.

삼일빌딩과 대우정보통신은 정치권에서 '헐값 매입'논란이 있었던 부동산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삼일빌딩에 대해 "산업은행이 권력 실세와 가까운 曺씨에게 지나치게 싸게 팔아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대우정보시스템에 대해서도 "曺씨가 김우중 전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대우그룹 부도 직전인 1999년 6월 2백50억원의 헐값에 사들였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曺씨는 전남 목포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다. 99년 7월 DJ의 일산 자택을 6억여원에 산 사실이 공개되면서 DJ 가족과의 친분이 세간에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그가 DJ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거액의 미국 생활비를 제공한 사람이며, DJ 정부 출범 후 20여건의 군납을 따내는 등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올 초에는 '조풍언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여 대북 송금 의혹 등과 함께 지난 정부의 '7대 의혹사건'으로 규정해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었다.

이와 관련, 국내 거주 중인 曺씨의 한 측근은 "그는 한국에 돌아올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만간 국내 재산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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