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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노후, 해외연금펀드에 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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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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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통계청의 2014년 가계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은퇴가구의 60%가 생활비 부족을 호소했다. 은퇴가구의 절반 이상이 은퇴 직전 소득과 비교해 은퇴 이후의 생활수준에 결핍을 느끼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은퇴 시점이 50대 전후로 앞당겨지면서 은퇴 이후의 생존기간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은퇴자의 절반 이상이 만족하지 못한 노후의 생활 수준, 어떻게 준비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

 장수의 축복이 인생의 리스크로 퇴색돼 가는 속도에 반해 개인의 은퇴준비는 아직도 많이 더딘 것 같다. 올해 초 청주교대 교수진이 전국 초·중·고교 교과서의 노후준비와 관련된 서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내용의 77.8%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주체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었다. 반대로 노후 준비를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서술한 내용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처럼 여전히 노후 준비를 국가와 사회의 몫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의 은퇴준비에 대한 현실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정작 국내 공적연금의 보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 70%를 목표로 설계됐지만 (40년 가입자 기준), 2028년에는 4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한다. 소득대체율이란 은퇴 이전 소득의 얼마만큼을 지급할 수 있을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수급 직전연도 월 소득이 2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10년 뒤에는 직전 소득의 40%에 해당하는 80만원만이 기본 연금액으로 지급된다는 의미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한국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적립액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약 10년 사이 적립액이 110조원 수준까지 늘어났고, 개인연금 역시 정부의 세제혜택에 힘입어 증가세다.

 하지만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완성되는 노후준비의 3층탑을 구축하는 것이 개인 은퇴준비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3층탑을 쌓았다면 그 다음은 연금자산을 어떻게 증식시킬 지 고민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어느 정도의 용기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인의 연금자산을 분석해보면 90% 이상이 안정성에 방점을 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돼있다. 이는 곧 은행계좌에 돈을 묶어두는 것과 별만 다를 바가 없는데, 요즘과 같은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에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공적연금의 빈 자리를 위한 사적연금이야 말로 퇴직연금펀드, 연금저축펀드 등과 같은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연금자산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했을 때 우려되는 손실 리스크는 10년 이상 반강제적인 장기투자가 가능한 연금펀드의 성격이 상쇄해줄 수 있다. 투자자는 퇴직연금펀드나 연금저축펀드를 통해 다양한 투자기회가 있는 해외주식이나 해외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연금 투자에 있어서도 한국인만의 독특한 국내주식 사랑이 이어지고 있는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전 세계 주식시장의 2%에 불과한 한국 주식시장에 국내 투자자들은 80% 이상 자산을 편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인은 전 세계의 100가지 다양한 투자 옵션 중 가장 익숙한 2가지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시야를 넓힐 때다. 해외시장에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존재한다. 해외 주식시장의 매력적인 장기 성과는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계 주식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18% 이상을 기록했고, 최근 주목을 받는 일본 닛케이지수는 무려 120% 이상 급등했다. 이에 견주어 지난 수년 동안 박스권 안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온 코스피 성장률은 같은 기간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국내 주식투자에만 열을 올렸던 투자자는 어쩌면 더 나은 투자기회를 놓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과세 측면에서도 해외 연금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의 경우 해외 투자로 얻은 매매차익, 배당소득, 환차익 등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금펀드를 통한 해외 투자, 익숙하지 않아 피하기에는 내 노후를 위한 장점이 더 많다. 은퇴 기간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그 첫걸음을 뗄 시점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