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엔 왜 칸막이가 없을까…환자정보 노출 우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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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씨(29·여)는 서울 시내 한 약국을 찾았다. 배변시 피가 묻어 나와 치질 초기증상이라고 짐작돼서다. 부위 특성상 다소 민망한 마음에 대기손님의 눈치를 살피며 기다렸다. 그러나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약사와 한마디 말조차 나누지 못하고 약국 문을 나섰다.

질병을 노출하지 않고 약사와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나라 약국 내에 있을까. 대부분의 약국은 열린 공간에서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증상 상담 및 복약지도가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치질이나 치매, 간질, 성병, 정신과질환과 같은 민감한 질병을 가진 환자는 약국을 찾기 부담스럽다.

개방된 공간에서 상담이 이뤄지다 보니 의도치 않게 질병정보나 복용 약이 주변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칸막이를 설치한 강남구의 한 약국

이같은 불편을 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약국은 물론 국내 약국 일부는 '칸막이'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강남구 일원로에 위치한 A약국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방안에 집중해 개국 당시부터 상담 칸막이를 설치했다.

약국 관계자는 "상담 칸막이는 병과 관련된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수 있고 민감한 증상 상담시 환자가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의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일본 약국들은 수년 전부터 칸막이를 상용화했다.

복약지도시 환자의 질병 명이나 약물 명이 거론되는 데 이때 환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겠다는 약사들의 배려가 칸막이 설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환자중심 병원으로 유명한 메이오 클리닉의 원

칸막이와 대기라인이 설치된 미국 메이오 약국

내 약국에도 독립된 칸막이가 설치됐다.

또한 약국 카운터와 일정 거리 떨어진 곳에는 "창으로 호출될 때까지 환자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For patient privacy, please remain here until called to the window)"라는 안내 표시가 놓여있다.

은행 ATM기기 이용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기 이용자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든 대기선 같은 것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 내 칸막이 설치에 대해 "공간이 비좁은 약국이나 약사 수가 적은 약국은 현실화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상담구획이나 칸막이 설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현실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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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기자 yoon.hyeji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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