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동빈 야심작 ‘엘페이’ 써보니…23일부터 시범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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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판 알리페이’로 불리는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 ‘엘페이(L.pay)’가 23일 시범 출시됐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3월 그룹 내에 ‘e2(e-커머스 2.0) 프로젝트팀’을 발족시키고 엘페이 론칭에 심혈을 기울여 온지 1년 6개월만이다. <본지 4월 24일자 B1면 참조> e2 프로젝트팀은 롯데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옴니채널(Omni-channel·인터넷·오프라인·모바일 등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매장처럼 쇼핑하고 결제하는 서비스)’ 전략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이다.

기자는 23일 오전 엘페이가 시범 출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롯데백화점 소공점을 찾았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엘페이에 가입을 하려면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 인증만 받으면 된다.

유저인터페이스(UI)는 경쟁사인 신세계I&C의 ‘SSG페이’와 흡사하다. 바코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계산대(POS)에서 엘페이의 바코드를 꺼내 찍으면 된다. 신세계가 자체 결제포인트인 SSG머니를 도입했지만, 롯데는 기존의 엘포인트가 그대로 엘페이에서 사용될 수 있게 했다.

다만 엘페이는 알리페이처럼 본인의 은행계좌와 연동해 직접 결제가 가능한 것이 차이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는 알리페이처럼 엘페이 계좌를 통해 입금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페이처럼 신용카드의 실물을 촬영해 번호를 앱에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또 SSG페이처럼 처음 앱을 구동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했을 때에만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를 습득하거나 훔친 사람은 엘페이를 구동해 적립된 엘포인트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엘포인트 결제를 선택했을 때 바코드 화면을 한 번 더 누르면 나타나는 확대 바코드창을 백화점 리더기가 읽지 못하는 문제점도 이날 취재에서 발견됐다.

시범 오픈은 롯데그룹의 심장부격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진행됐다. 본래 롯데 측은 롯데닷컴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한다고 공지했으나 23일 당일에는 결제가 불가능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조만간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기자는 엘페이 앱을 구동해 소공동 본점 지하1층 식품관에서 1200원짜리 빙그레 바나나 우유 하나를 포인트 결제할 수 있었다. 아직은 시범 서비스 단계라 포인트결제와 신용카드 결제만 가능하며, 신용카드도 롯데카드만 가능하다. 본인의 은행계좌에서 직접 결제하는 서비스와 타사 신용카드 결제는 추후 정식서비스때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 측은 올해 말 엘페이 본격 오픈을 목표로 결제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롯데 측은 11월 중 롯데백화점 전국 점포에서 엘페이 서비스를 론칭한다. 12월에는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 등 타 계열사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엘페이를 공식 오픈할 전망이다.

당초 엘페이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신 회장의 아버지인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마스다 무네아키(64) 회장에게서 CCC의 T포인트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도입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T포인트는 일반 가맹점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일본·중국·괌 등 해외에서도 사용된다. 한국에서도 OK캐시백과 마일리지 교환이 가능하다. 국내외에서 같은 포인트를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시장 공략이 용이해진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글·사진=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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