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불법찬조금 토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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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부모들에게서 거액의 찬조금을 불법으로 걷었던 서울 시내 고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시내 10개 고교에 대해 찬조금 모금 관련 감사를 벌여 모두 6억9천8백여만원의 불법 모금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측이 쓰고 남은 5억3천여만원을 학부모들에게 환불토록 했다.

또 학부모들에게서 수고비 조로 3백만원을 받은 H고 교사에 대해서는 파면 등 중징계를, 불법 찬조금 모금과 관련된 학교장 등 5명은 감봉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해당 사학법인에 요구했다.

일선 학교에선 이처럼 시설 설치.교사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걷는 사례가 많아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왔다. 하지만 적발 액수가 억 단위로 크고,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돈을 돌려주게 된 것은 처음이다.

◆모금 백태=이번에 적발된 학교의 찬조금 사용처는 커튼 설치비, 체육대회 행사 후 회식비, 회식 후 나이트클럽.노래주점 접대비, 에어컨과 의자 구입비, 전기공사비, 자율학습비, 청소용역비 등 다양했다.

특히 서울시내 6개 외국어고교 중 세곳이 불법 찬조금 모금에 연루됐다.

H고는 지난해부터 어머니회에서 학생 한명당 50만원(3학년은 75만원)씩 1억6천여만원을 걷어 야간 자율학습 때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간식이나 각종 학생 행사 지원에 사용하다 적발됐다. 또 올 봄엔 사설학원의 논술 강사를 학교로 불러 교실에서 논술 특강을 실시토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교무 담당 K교사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며 학교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M고는 올해 전교생을 상대로 1.2학년은 한 명당 25만원, 3학년은 40만원씩 모두 3억2천여만원을 걷었다가 적발돼 학부모들에게 2억7천여만원을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공립인 K고의 경우 3학년 학부모들에게서 약 7백50만원을 걷어 교실에 커튼 등을 설치하고 교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과 노래주점 등에서 사용했다.

◆불법 찬조금이란=학교운영위원회의가 모금키로 한 학교발전기금을 제외하고 학교나 학부모회가 학부모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할당 모금하는 형태의 찬조금은 모두 불법이다.

김동주 시교육청 감사담당관은 "명목상 학교발전기금으로 학교가 모금을 하더라도 모금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강제 할당식이라면 불법이며 학부모들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감사로 확인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한 고교는 학부모와 학교 측의 자료 제출 거부와 비협조로 불법 모금 사실의 일부만 파악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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