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도 남과 북에도 장벽이 사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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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은 8m 높이의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그 장벽을 사이에 두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청년을,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군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여전히 들리는 곳이다. 지난 1일 한국에 온 팔레스타인 소녀 안젤리나 호달리(18·여·사진)는 베들레헴 출신이다.

‘통일한국’ 작곡 팔레스타인 소녀

<중앙일보 9월 17일자 1면>

 K팝을 좋아해 한국외대에서 유학 중인 안젤리나는 피스 코리아(통일한국)를 곡으로 만들었다.

 베들레헴에 있을 때부터 피아노로 작곡을 하곤 했던 안젤리나는 음악을 통해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젤리나가 한국에 와 작곡한 곡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울음(A cry from deep)’이다. 담담한 피아노 선율에 평화를 기원하는 노랫말을 붙였다.

 ‘그곳에 삶도 있고, 종교도 있고, 신도 있어요/ 하지만 희망은 없죠/ 오직 상처와 기만만이 있죠/ 나는 감옥 안에서 살고 있어요/ 나는 공포 안에서 살고 있어요’.

 안젤리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곡으로 썼지만 남북이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도 해당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아랍어를 사용한다. 이스라엘에서도 아랍어는 통한다. 노랫말에 ‘우리는 같은 언어로 말해요. 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죠’라고 쓴 건 그 때문이다.

 안젤리나는 “같은 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의 삶과 생활은 너무나 다르다. 남북한도 같은 언어를 쓰지만 이제 생각하는 것도, 삶도 모두 다르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젤리나는 “언젠가 팔레스타인에 장벽이 없어지듯 남과 북에도 장벽이 없어지고 평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젤리나의 곡은 이런 노랫말로 끝난다. ‘우리가 화합과 평화 속에 살 때 경계가 없어질 거예요’.

남윤서·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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