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미디어 콘퍼런스] CNN 토니 매덕스 "미래 두려워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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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매덕스 CNN인터네셔널 총광부사장이 21일 서울 동대문 플라자에서 열린 중앙 미디어네트워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중앙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 뉴스룸의 미래`에 대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토니 매덕스 CNN인터내셔널 총괄부사장은 21일 열린 중앙일보 창립 50주년 기념 미디어 콘퍼런스에 연사로 등장하기에 앞서 세계 곳곳에서 뛰고 있는 CNN 현장 기자들의 영상을 틀었다. 공습이 한창인 시리아 내전 현장의 기자들, 테러범 체포 현장의 카메라맨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CNN 앵커의 모습은 CNN의 현장성과 영향력을 청중들에게 생생히 전했다.

이어 무대에 등장한 그는 두 번째 세션의 주제인 ‘뉴스룸의 미래(A Way Out for Newsrooms)’에 대해 단도직입적인 결론을 내놨다. “미디어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우리는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받아들여라”고 조언했다. CNN 역시 수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제시한 성공의 키워드는 ▶신문ㆍ방송ㆍ모바일ㆍ인터넷 등 모든 매체의 상호보완적 통합▶타협하지 않는 저널리즘의 질 높은 콘텐트▶편집국ㆍ보도국 내 ‘경쟁’이 아닌 ‘협업’이었다. 그는 “우리 중 한 명만 성공할 수 있다는 내부 경쟁은 옳지 않다”며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를 포함한 CNN 리더십이 공유하는 가치다. 이런 리더십 하에 CNN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1980년 CNN 출범 이래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 대선 공화당 경선 주자들 2차 TV토론회 중계에서 평균 2290만명이 CNN을 시청한 것이다.

다음은 매덕스 총괄부사장의 연설 전문.

환대 감사합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50주년 맞이한 미디어 컨퍼런스에 초대 받아 매우 기쁩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50년 동안 한 미디어가 역사를 계속 이어왔다는 것은 놀라운 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CNN 역시 올해 국제적으로 뉴스 방송을 송출한지 35주년을 맞이합니다. 이 회의에서 저는 저희가 해온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TV뉴스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 새로운 시도가 어떤 영향을 받았고 주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1980년대 CNN에선 사실 안일함에 빠진 사람들 많았습니다. 그러다 걸프전 터졌고, CNN 내에서 많은 것이 영원히 변했습니다. 우리 비즈니스의 새로운 점은 이제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보길 원하고, 계속 파헤쳐 나가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합니다. 해결책이 몇 가지 있습니다. 어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먼저 던져야합니다.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의 종말을 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CNN이 영국에 진출했을 때 얘기입니다. 제가 영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을 당시 방문을 했더니, 저희를 향한 적대감이 느껴졌습니다. CNN같은 국제적 미디어가 들어오면 사람들은 현지 신문이나 방송을 구매 안 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적대감을 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CNN을 봤지만 여전히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겼지요. 적대감의 근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CNN도 라디오도 모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CNN이 사람들의 삶에서 영위하는 역할 보면 이런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가지 기기와 플랫폼, 애널리틱 비즈니스 모델 얘기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며, CNN도 이를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기기나 기술이 최상이라고 하더라도 콘텐트가 좋지 않다면 성공 못합니다. 특히, 잠재적으로 여러분 비즈니스를 파괴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몇 가지, 뛰어난 저널리즘의 예를 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면서, CNN 같은 뉴스룸 조직에서 어떻게 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CNN.com이 CNN에서 론칭된지 약 20년이 됩니다. 저는 2~3년 후 거기에 합류를 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과연 닷컴이 우리의 미래인가. 닷컴을 위해 보도를 해야 하는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빨리 깨닫게 됐습니다. 새로운 변화라는 것은 단순히 닷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것이라는 점을 말이지요. 오늘 오전 NYT 마크 톰슨 CEO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만, CNN은 오늘날 NYT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CNN은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CNN도 있지만 CNN 인터내셔널도 있고, CNN에스파뇰도 있고 디지털 서비스도 합니다. 저희 콘텐트는 11개의 제휴사를 통해 배포되지요. 이런 콘텐트가 사람들의 삶에 상당히 깊고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미디어 업계의 경쟁도 과거보다 더 심화됐지요.

자 그럼,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통계자료를 보여주면서 모바일을 활용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죠. 물론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이제 뉴스를 주로 확인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뉴스, 즉 속보를 확인하죠. 그러나 우리의 알림 서비스는 단순히 지금 일어나는 뉴스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일을 말씀 드리죠. 제 아들이 대학에 다니는 데 그 근처 대학에서 아주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들이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더니,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우리 지금 노트북으로 그 대학교 아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보고 있어요. 동시에 CNN도 틀어놓고 있고요.” 아들은 이어 그 대학교 아이들이 자신들이 듣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접한 정보가 사실인지를 CNN을 통해 확인한다고 했습니다. 즉 SNS의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CNN이 하고 있다는 것이죠. CNN이 정보를 검증하는 중앙집권적 검증 기구가 된 것입니다.

최근, 여러 뉴스들이 흘러나왔지요. 그 중 저희는 난민과 관련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난민에 대한 보도를 합니다. 다른 뉴스 매체에서도 좋은 보도들을 많이 했죠. 하지만 우리는 모든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8월12일, 시리아 난민의 여정을 기자가 함께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여정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어디로 갈지는 두고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난민의 여정을 따라갔습니다. 매일 그들의 얘기를 보도했습니다. CNN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 기사를 읽으며 난민의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결국 그 기사는 ‘CNN적인 순간(CNN Moment)’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CNN적인 순간이라는 것은 해당 기자가 난민들과 수 주 동안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됐기에 가능했습니다. 서로를 잘 알게 되면서 얻은 스토리를 방송했기 때문이죠. 그때, 2세 남자아이의 시신 사진이 공개됐고, 모든 미디어 매체, 디지털이건 신문이건, 모두가 이 아이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CNN의 아르와 데이먼시 기자는 현장에서 생생하게 이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경이적인 보도를 할 수 있었죠.

여기에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만 잘 한다면 말이죠. 그 몇 가지 중 첫째는 우수한, 제대로 된 저널리즘입니다. 제대로 된 기사와 뉴스를 내보내고 우리의 모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상 보여주며) 이게 저희가 내보낸 방송에 대한 반응을 디지털 페이지를 활용해 내보냈습니다. 난민들의 이야기를 보도했고, 뛰어난 사진들도 공개했죠. 여기에다 대화와 소통을 청중과 할 수 있었습니다. 누가 유럽으로 들어가고, 어떤 국가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등의 얘기가 계속 보도됐습니다. 미디어가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의 확장을 제대로만 한다면, 뛰어난 저널리즘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트위터 등을 통해서 긴급 속보를 발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러 트렌드를 파악하고 스토리를 파악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 스토리를 읽고 있는지를 여러 통계자료가 나옵니다만, 그러나 우수하고 뛰어난 저널리즘이란 단순히 (통계) 스프레드 시트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매력적인 기사를 제공하길 바랍니다. 저널리즘을 아는 사람들이 저널리즘을 하는 것입니다.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제공되는 건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텔레비전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청률이 일단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얘기입니다. 사실 굉장히 많은 여러 대체 미디어들이 나타나는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로 멀티태스킹입니다. 제 아들과 같은 세대들은 TV를 보며 손에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쥐고 적극 참여를 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구 경기를 미국 애틀랜타 혹은 뉴욕에서 보면서 그 게임에 대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공유합니다. 트위터를 통해 다른 이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동시간 진행되는 다른 경기에 대한 팩트도 공유를 하지요. 이렇게 되면 TV 시청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입니다.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가 되는 겁니다.

지난 35년간 CNN은 발전을 거듭해왔는데요, 지난 주엔 CNN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대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저희 CNN은 모든 플랫폼을 통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미국 내에서 대대적 관심을 받았고 1450만명이 생방송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송을 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290만명이 시청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CNN은 아시아에서 어떤 성적을 내고 있을까요. 저희 주간 TV시청률을 보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증가세가 두 자리라는 것입니다. CNN 위클리 주간 시청률이 11%로 나왔거든요. 또 한국의 경우, 시청률은 33% 이상 증가했고, 월간 디지털 유저 베이스는 전년 대비 40%가 증가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중단하고 새로운 다른 걸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체하는 게 아니지요.

우리가 이런 과정에서 또 발견한 중요한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실패의 중요성입니다. 그 누구도 지금 이런 새 변화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를 할 수밖에 없지요. 중요한 건 실패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왜 실패했는지 솔직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CNN의 경우, 디지털과 모바일ㆍTV 등 여러 플랫폼이 있는데 저희가 상당수 시도한 것 중에선 실패한 게 많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지만 청중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했거나, 기술을 제대로 못 살린 경우이겠죠.

또 중요한 건 리더십입니다. 회사를 어떻게 이끌지, 실험의 문화를 구축해서 사람들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또 협업을 해야 합니다. 내부 경쟁을 좋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 한 명만 성공한다는 건 옳지 않습니다. 함께 가야 합니다.

CNN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아이워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애플과 협업도 했고, 스냅챗과의 협업도 해봤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자신들의 기사가 시청자를 넘어 다양한 청중에게 다가가길 원합니다. 어떤 플랫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CNN을 통해 사람들이 뉴스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CNN 알림으로 속보를 전달받은 후, CNN 방송을 통해 깊이 있는 보도를 보는 것이지요. 다음은 어디인지, 다음엔 어디로 갈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뛰어난 저널리즘의 순간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창업자) 테드 터너의 시대로 돌아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바랍니다. 뉴스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난민들의 이야기가 좋은 예입니다. 난민은 여기 저기를 단순히 떠도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현실 속의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인도주의를 여러분의 플랫폼에서 통합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미래를 포용할 수 있습니다. 미래 속에서 살 수가 있고,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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