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뼈 건강 지켜주는 ‘어식백세’ 수산물 전갱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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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2면


고등어와 함께 등푸른 생선을 대표하는 것이 전갱이다. 둘 다 난류성(暖流性)·회유성(回遊性) 생선인데다 겉모습과 영양이 서로 쏙 빼 닮았다. 전갱이의 영문명도 ‘말 고등어’란 뜻인 ‘horse mackerel’이다. 몸의 측면을 따라 날카로운 능선을 형성하는 비늘(모비늘)이 일렬로 나 있으면 전갱이다. 또 식당에서 횟감으로 나오면 고등어가 아니라 전갱이일 확률이 십중팔구다.


 전갱이는 고등어·방어·꽁치·멸치·참치 등과 함께 붉은 살 생선에 속한다. 붉은 살 생선은 흰 살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훨씬 높다. 장거리 회유를 위해 에너지원인 지방을 근육에 다량 비축해 놓기 때문이다.


 지방이 많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갱이 지방의 주(主)는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DHA는 기억·학습능력을 높이며 치매 예방을 돕는다. EPA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준다. 전갱이 100g당 DHA와 EPA 함량이 각각 0.7g·0.4g이다. 따라서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 환자에게 전갱이는 권할 만한 식품이다. 정신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B1(100g당 0.14㎎), 골다공증·골절 예방을 돕지만 한국인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인 칼슘(100g당 74㎎)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양질의 전갱이는 살에서 탄력이 느껴지고 표면에서 윤기가 나는 것이다. 아가미가 밝은 선홍색이면 싱싱하다는 증거다. 전갱이는 회·소금구이·찌개·튀김 등 다양한 음식에 들어간다.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하는 일본에선 인기가 높다. 일본의 요리사는 전갱이를 생선회와 초밥의 재료로 쓴다.


 몸길이 5㎝ 내외의 어린 전갱이는 대개 염장해 젓갈 재료로 사용한다. 10㎝가 넘는 것은 튀기거나 삶아 먹는다. 전갱이 회를 즐길 때는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사과·포도처럼 각종 건강 성분들이 전갱이의 껍질 부위에 몰려 있어서다. 전갱이의 옆줄에 붙은 딱딱한 모비늘을 떼어내고 회를 뜬 뒤 레몬즙을 살짝 뿌리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회를 쇠꼬챙이에 끼우고 강한 불에 껍질 부분만 익힌 뒤 1㎝ 크기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생선은 산란 직전에 먹어야 제 맛이지만 전갱이는 예외다. 알을 낳은 뒤(7~9월)에 잡힌 것의 맛이 최고다. 전갱이의 연 평균 지방 함량은 100g당 7.3g 정도이나 이 무렵엔 10~20g에 달해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전갱이는 한반도 주변 연안에서 연중 잡히지만 어획량은 대개 6월에 정점을 찍는다. 추운 겨울엔 월동장(越冬場)인 제주 남쪽 바다와 동중국해로 내려갔다가 봄에 난류를 따라 북상했다. 하지만 최근엔 동계 시즌에도 남해 연안에서 계속 머무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9월의 ‘어식백세(魚食百歲) 웰빙 수산물?로 오징어와 함께 전갱이를 선정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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