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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목소리 듣고 싶을 땐?혼자서 훌쩍 떠나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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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24면

올 가을 서점가에는 ‘혼자’라는 단어가 부쩍 늘어났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2권이나 올라와 있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 사이토 다카시(齋藤孝ㆍ55)가 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위즈덤하우스)과 오스트리아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 기자 출신인 카트린 지타(Katrin Zitaㆍ44)의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걷는나무)다. 동양과 서양,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의 효용을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카트린 지타의 서문은 인디언 윤리 규범으로 시작된다.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길을 대신 만들도록 허락하지 말라. 다른 이와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 어느 누구도 당신을 대신하여 걸어줄 수는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과 한 발짝 떨어진 낯선 곳에서의 시간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이다.


7년간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터득한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흔한 여행 사진 하나 없이 사색과 이론으로 가득 채운 신기한 여행서로 유럽 서점가를 장식한 작가를 e메일로 만났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프라하로 간 여행이 처음이었다. 6개월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하더라.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했지만 혼자 떠나보기로 했다. 그 결과 처음엔 힘들었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이를테면 내가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지, 걷는 걸 좋아하는지 등등.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더라.”


그때부터 나홀로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나 보다. “본격적으로 혼자 여행을 하게 된 건 7년 전 서른 일곱 살부터다. 당시 나는 직장에선 일에 치였고, 가정에선 이혼을 하면서 매우 지친 상황이었다. 세이셸의 고급 리조트로 휴가도 떠나봤지만 내게 필요한 건 치유였다. 수도원에서 하루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대답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혼자 여행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당신 같은 40대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난생 처음 혼자 떠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혼자 있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며칠을 홀로 보낸다고 해서 당신이 혼자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애초에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 40대 여성들에게는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도시를 추천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비엔나나 프라하, 파리 같은 곳은 훌륭한 장소다. 역사와 전통이 가득할 뿐더러 기분 전환이나 정서적 안정을 찾기에도 적합하다.”


그럼 당신이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가. 여행을 자주 하다 보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생기지 않나. 한 번 가고 두 번 다녀와도 계속 찾게 되는 곳 말이다. “내겐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가 그런 곳이다. 특히 볼프강 호숫가에 있는 부티크 호텔 코르티젠(Cortisen)은 혼자 머무르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고객을 위해 심지어 ‘노 키즈(No Kids) 방침’을 고수하는 곳이니까. 나는 혼자 숨을 수 있는 작은 마을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가장 최근엔 어디를 다녀왔나. “여행엔 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무사히 달성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주말에 슈테게허스바흐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막 끝마친 만큼 지친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라리마르(Larimar) 스파 호텔을 택했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동안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새 책 『행운이 따르는 여성이 되는 기술』(The Art of Being a Fortunate Women)에 대한 생각들을 비워내니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이 마구 떠올랐다.”


새 책은 무슨 내용인가. 소개 좀 해달라.“역시 에세이다. 이번 주에 출간된다. 현대 여성이 어떻게 행복과 만족감을 얻고 어떻게 뜻한 바를 이루어가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셀프 심리코칭을 하다 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죄책감과 불안정함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걸어갈 때 동행하길 원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스카이프 등으로 코칭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책을 쓰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행복은 우리 안에 있다. 그리고 종종 가장 큰 상처와 아픔은 오히려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사실 이번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메타프로그램이었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면 한결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데 어떻게 알게 됐나. “대학원에서 언론학과 사회심리학을 공부했다. 메타프로그램 자체는 신경 언어 프로그래밍 전문가인 레슬리 캐머런 밴들러가 개발한 것이다. 사람마다 고유 필터를 사용하여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이론을 토대로 보통 14개 필터를 사용하는데 나는 그중 주체성ㆍ판단 기준ㆍ선택 이유 등 3가지 필터가 여행 스타일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에 따라 능동형과 수동형, 내적 기준과 외적 기준형, 옵션형과 프로세스형으로 나눈 것이다.”


나는 옵션형인 것 같더라. 쉬는 것보다 다양한 체험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타입에게 추천한 사하라 사막 투어나 홍해 스쿠버 다이빙도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실제로 이 필터에 맞춰 떠나서 성공한 사례가 많은가. “물론이다. 내 권유에 따라 프랑스 니스로 여행을 떠난 친구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외적 기준형이기에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추천했다. 결국 그녀는 그곳에서 팝 가수 레니 크라비츠의 콘서트를 즐기고 쏜살같이 달려나가 입고 있던 티셔츠 위에 사인을 받았다. 일행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자 혼자 떠난 그녀에게 찾아온 멋진 선물이었다.”


7년 주기 이론도 흥미로웠다.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이론을 토대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이 7년 리듬에 따라 바뀌므로 그때마다 삶을?변화시킬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라는 건데 본인의 삶에도 적용이 가능한가. “29~35세는 우리의 자아가 세상을 형성하는 시기이므로 늦어도 이 시기에는 한 번쯤 홀로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나 역시 수도원 여행을 통해 혼자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50대에 접어든다면 바닷가에 가서 몇 주간 즐기고 싶다. 아마 이탈리아나 그리스, 혹은 덴마크가 될 것 같다. 정확히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기는 꼭 맞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삶에도 주기가 있는 것 같다. 건축학도에서 기자로,다시 셀프심리 코치로 거듭났으니 말이다. 삶 역시 여행이라면, 당신의 종착역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용기와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독일 베를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었다. 여전히 베를린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 비엔나 근처에 오래된 집을 한 채 구입했다. 뿌리로 돌아가 새로운 베이스를 만들 계획이다. 언젠가 미국에서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유럽의 건축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동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나. “하하. 나는 동행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꽤 자주 하는 편이다. 다만 혼자만의 여행이 삶의 방식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한국도 한 번 와보길 추천한다. “안 그래도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코리아 유어 스토리(Korea Your Story)’ 홍보 영상을 봤다.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도 무척 아름답더라. 가능한 빨리 가 보고 싶다.”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g@joongang.co.kr사진 스테판 호프마이스터(Stefan Hoffmeister)·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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