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치닫는 특검 어디까지 손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특검 출두는 대북송금 의혹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왔음을 의미한다.

지난 두달 간 김대중 정부와 현대 관계자들을 소환해 온 특검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그를 부른 것이다. 朴씨는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이 사건의 세 핵심으로 꼽혀 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세 사람 중에서도 朴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조사가 사건의 실체를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할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金전대통령의 조사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고비도 된다.

朴씨는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을 연계하는 협상과정▶송금할 돈의 조성▶송금 과정 등 세 핵심 과정에 모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00년 3~4월 싱가포르.중국 등지에서 열린 네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하면서 송금액을 두고 협상이 있었는지가 첫째 관건이다. 일단 朴씨 측은 "첫 소개 이후로 현대측 인사들은 관여하지 않았으며 협상에서 대북 송금액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현대 관련 인사들에게서 "예비접촉 당시 정몽헌 회장 등이 동행했으며, 朴씨가 송금액 협상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朴씨가 2000년 6월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4천억원을 빌리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가 포착된 상태다.

특검팀은 지난 5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기호.박지원의 도움으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원화 2천2백40억원"이라고 적었다.

현대상선.건설.전자 등이 정상회담 직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북한계좌로 4억5천만달러를 보내는 과정에도 朴씨가 개입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그에게 제기된 이런 의혹들을 특검팀은 이기호 전 수석.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임동원 전 원장.정몽헌 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과의 대질조사를 통해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金전대통령을 조사하는 문제는 그가 송금 부분을 金전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 문제에 대해 朴씨는 이날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에서 얘기하겠다"고만 말했다.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