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가 7228억원 확정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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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호산업을 놓고 벌이는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제시 가격(7228억원)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초 7047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던 박 회장 측은 가격 차가 크지 않은 만큼 공식 통보가 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18일까지 56개 채권금융회사로부터 매각 제시 가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받는다. 채권단 전체 의결권의 75%를 확보하면 7228억원이 매각 가격으로 최종 결정된다. 산업은행은 의결권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 의사를 제출한 곳은 아직 많지 않지만 구두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미 찬성하는 채권 금융회사가 75% 이상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채권단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결권(14.7%)을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대세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고민해 봐야겠지만 채권단 다수의 뜻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맞다는 게 내부 중론”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그간 “제값을 받아야 한다”며 8000억원 이상을 매각 가격으로 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단 내부에서 “비싼 값을 불렀다가 매각이 표류하는 것보다 조기매각하는 게 낫다”는 논리가 힘을 얻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18일 사모펀드(PEF) 투자자와 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

 산업은행은 매각 가격이 최종 결정되면 21일까지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하기로 했다. 이후 박 회장은 한 달 이내에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매각 가격을 받아들이면 곧바로 계약 절차가 진행된다. 원래 계약금 10%(722억원)를 받아야 하지만 연내 매각 절차를 끝낸다는 조건으로 계약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인수자금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있으면 안 된다. 금호산업을 지주회사로 둔 아시아나항공이 국가 기간산업이어서 외국인 투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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