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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北, 미중러 정상 유엔연설 보름전 "인공위성 발사" 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14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10월)을 기한 도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또 창설 70주년 유엔 총회라는 ‘빅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체제 선전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한·미 북핵협의 중 위협=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는 “양 측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와 관련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이는 두 정상이 북한의 10월 도발에 대한 우려를 공감한 끝에 나온 발표였다. 한·중 정상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도발을 경고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측은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한 ‘셔틀 외교’를 진행중이다.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현재 미국을 방문중이다. 처음으로 유엔을 찾아 안보리 이사국 외교사절 등과 북한 문제를 협의했다. 16일에는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양자협의도 한다.

북한은 이런 한국의 북핵 외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당장 14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6자회담 수석대표 황준국이 미국 행각길에 올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누구의 전략적 도발에 대처한 적극적인 협조를 구걸한다고 한다.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온갖 성의를 다하고 있는 우리에게 도발의 감투를 들씌우는 것 자체가 극악한 도발이며, 적반하장”이라고 맹비난했다. “황준국의 이번 행각은 상전의 지령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중·러 정상 유엔 연설 보름 전 위협=국제적으로도 지금은 역동적인 외교 캘린더가 펼쳐지는 시기다. 이달 말 창설 70주년 유엔총회는 전대미문의 빅 이벤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년만에 총회에 참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참석해 연설한다. 세계의 시선이 이 시기 뉴욕에 쏠릴 전망이다.

특히 28일부터 이어지는 고위급 회기가 하이라이트다. 각국 대표들이 이날부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서는데, 국가원수급에게 순서가 먼저 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모두 28~29일 사이에 기조연설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유엔총회에 참석해 첫날 연설했었다.

북한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이 외무상은 이번에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자위권의 수단으로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일 밝힌 것은 국제 고립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 및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여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해 북한 인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유럽과 동남아, 유엔 등에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치며 국제 고립 탈피를 꾀한 바 있다.

또 국제 행사를 체제 선전과 핵 보유 정당성 설파를 위해 활용하곤 했다. 앞서 지난달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아예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ARF에선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오던 동남아 국가 상당수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아세안(ASEAN)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전례 없이 북한을 콕 짚어 “관련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는 언제? 어디?=북한은 14일 인공위성 기술 개발이 막바지라고 하면서도 발사 시점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우리 과학자,기술자들은 지금 조선로동당창건 일흔돐을 더 높은 과학기술성과로 빛내이기 위하여 힘찬 투쟁을 벌리고 있다”면서도 “세계는 앞으로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높이 계속 날아오르는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만 했다. 여지를 남긴 셈이다.

북한 역시 추가도발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와 8·25 남북 합의에서 규정한 대로 ‘비정상적인 사태’시 재개할 수 있다고 한 확성기 방송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미사일 추가도발시 유엔 안보리 결의상 ‘트리거 조항’이 적용된다. 즉, 우리 의지와 관계 없이 이 문제가 안보리에 자동회부되고, 더 강력한 추가 제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 역시 이를 알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때도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협상 전략 카드로서 인공위성 발사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으로 연결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 불안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는 이런 북한의 결정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난번과 같은 2+2 남북 고위급 긴급 접촉을 제안해 10월 미사일 도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방안 등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는 등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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