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고삐죄는 노조…이달말부터 연쇄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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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동계가 파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궤도연대(대구.인천.부산 지하철).철도노조 등의 잇따른 파업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1백40여개 사업장과 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소속 1백50여개 사업장은 임단협 결과에 반발해 다음달 2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산업현장의 막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이처럼 노동계가 조만간 집중적으로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새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동계는 출범 당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던 정부가 '친노조정책'이 도마에 오르자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대응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노조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정부의 노력이 더 약해지기 전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고 내부 조직력 강화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노동계가 올해 파업을 예고하며 내세운 이슈가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임금과 근로조건만 들고 나오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개별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등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각 단위사업장은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주5일 근무제 실시▶비정규직 차별 철폐▶근골격계 질환(목.어깨.허리 부상) 예방대책 수립 등을 공통 교섭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나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률 정비 사항과 맞물려 있는 것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확실하게 정해지거나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개별 기업이 교섭해서 타결할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 중소기업도 울며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당장 주5일 근무제를 대기업이 실시하면 하청업체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인력충원 등이 불가피해 생산비 부담이 늘어난다.

조흥은행 사태를 한국노총이 진두지휘하면서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등 3백여 사업장 노조들이 30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강경투쟁을 한 뒤 완승을 거두면서 노동계의 또하나의 축인 한국노총에 소외감을 심어준 것도 강경투쟁의 빌미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합리적 노동운동'을 주장하던 한국노총의 요구가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조흥은행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의 파워게임을 선언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불법파업에는 강경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주장이 정당하다면 그 명분은 받아들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잇따라 벌어질 파업사태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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