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아파트 분양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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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일 이후 분양되는 투기과열지구내 아파트 분양권에 대해 입주 때까지 전매를 금지하자 그동안 가수요가 많았던 중소형 평형 인기는 시들해진 반면, 공급이 적어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중대형 평형은 오히려 더 잘 나간다.

지난 12일까지 당첨자 계약을 한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쌍용스윗닷홈(일반분양 1백33가구)의 경우 평형별로 청약경쟁률과 계약률이 반대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1순위 청약에서 2.5대 1로 마감된 32평형(81가구) 계약률은 69%에 그쳤다. 반면 3순위에서 겨우 청약자를 채운 45평형은 75%로 오히려 높았다.

쌍용건설 최세영 과장은 "이 지역에는 40평형대가 1백가구 정도에 불과해 실수요자 청약이 많았던 45평형의 계약률이 올라간 것 같다"며 "이 같은 결과는 청약 가수요가 계약 단계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지난 9일부터 신청을 받은 경기도 이천시 증일동 현대홈타운에서도 가수요가 사라진 흔적이 눈에 띈다. 40평형대(2대 1) 청약경쟁률이 30평형대(1.2대 1)보다 높았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된 물량이 대부분 30평형대 이하여서 중대형 평형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많이 청약했다"고 말했다.

20~30평형대가 같이 분양됐을 경우 청약수요가 큰 평형에 쏠리는 현상도 뚜렷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지구 건영캐스빌은 최근 청약에서 34평형은 3순위에서 마감됐으나 24평형(2백74가구)은 절반 가까이 미분양됐다.

지난 11일까지 실시된 인천 3차 동시분양 당첨자 계약에서 부평구 청천동 우림루미아트의 경우 32평형은 90% 계약된 반면 29평형은 69%에 그쳤다.

우림건설 김우식 과장은 "3평 차이지만 20평형대와 30평형대에 대한 수요자들의 느낌은 크게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요 이탈은 기존 분양권 시장에서 중소형 평형 인기도 깎아내린다. 분양권 투자가 활발했던 수도권에서 상승세를 이끌었던 20~30평형대가 이제는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주 20평형대는 0.09%, 30평형대는 0.04% 떨어지며 분양권 시세를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려놓았다. 이에 따라 20~30평형대 중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해온 업체들도 공급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동문건설 김시환 이사는 "청약시장에서 투자수요를 기대할 수 없어졌기 때문에 지역의 평형별 수요에 맞춰 공급계획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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