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상인 모친께 배운대로 … 1등 만든 서성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젊은 시절의 고 서성환 회장(왼쪽)과 어머니 윤독정 여사.

“우리 회사의 모태는 내 어머니입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서성환(1923~2003) 아모레퍼시픽 창업자는 생전에 늘 이렇게 말했다.

 그가 1945년 한국 최초의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화학공업)을 세우기까지 개성상인이었던 어머니 윤독정 여사의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윤 여사는 1930년대 개성에 터를 잡고 직접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았다. 정갈하게 쪽진 머리에 우아한 윤기를 더해주는 동백기름이야말로 조선 여인의 ‘미(美)의 완성’이었다.

 윤 여사는 ‘최고가 아니면 안된다’며 좋은 동백나무 열매를 얻기 위해 남부 해안가까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어머니를 도와 개성 남문거리에서 화장품 원료를 구하던 서성환 선대회장은 어머니는 물론 이 곳을 드나들던 상인들을 보면서 품질과 신뢰를 제1 원칙으로 하는 개성상인의 DNA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서 선대회장은 1945년 일제에 의해 중국으로 징용을 가는 고난을 겪었지만 대신 중국이라는 넓은 세계를 보게 됐다. 아시아의 여러 문물이 뒤섞여 세계와 교류하는 현장을 본 그는 ‘아시아의 미’로 태평양 너머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해방을 맞은 1945년, 그렇게 설립된 회사가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PACIFIC)’이다. 서 선대회장의 품질 제일주의 덕분에 태평양의 제품은 당시 날림으로 만들어내던 다른 회사 화장품과 격이 달랐다. 덕분에 태평양은 한국에선 처음으로 ‘상표’를 붙인 화장품 ‘메로디 크림’을 출시했다.

 그의 업적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차(茶)문화 확산이다. 1979년,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녹차 문화를 살려야한다며 56세의 나이에 직접 삽을 들고 제주도 황무지를 개간해 오늘 날 서광다원·도순다원·한남다원에 이르는 광활한 ‘오설록 유기농 다원’을 일궜다. 아모레퍼시픽은 선대회장과 제주와의 인연을 발판으로 지난 6월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고, 이달 중으로 화장품 산업 육성에 특화된 ‘제주 창조경제혁신 제2센터’를 설립해 다시 한 번 산업의 도약을 이끌 계획이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