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엔 있고 대구엔 없는 새누리당 의원-박 대통령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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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박람회’에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제외한 광역단체장 대부분이 참여한 이 행사엔 새누리당 안상수ㆍ박상은 의원도 얼굴을 비쳤다.

안 의원은 인천시당 위원장이며 박 의원도 인천이 지역구다. 이날 행사엔 두 명의 의원만 나타났지만 인천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 모두에게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외와 인천시장 명의의 초청장이 발송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가는 행사에 여당의 지역구 의원들이 동행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 일을 두고 이날 하루 종일 새누리당은 술렁댔다. 이틀전인 7일 대구 행사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 때문이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대구시 업무보고와 민생현장 방문을 위해서다. 그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내리 4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대구 달성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여기서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지역주민들과 오찬간담회를 끝낸 뒤 대구의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열혈 지지층인 시민과 상인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힘내세요” 등의 환호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상가를 돌며 현금과 온누리 상품권으로 만두ㆍ개량한복 상의ㆍ과자ㆍ신발 등을 샀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이 수시간 대구를 누비는 동안 대통령 주변엔 한 명의 국회의원도 보이지 않았다. 행사 직전 권 시장이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인 대구 지역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번엔 대구시 위주로 행사를 치르니 못 부르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나 만이라도 가면 되지 않겠냐”며 막판까지 대구시에 요청해 왔지만 결국 모두 부르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청와대가 민심 청취를 위해 마련된 행사니 만큼 대구시 차원에서 치르자는 요청을 해와 권 시장이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인천 행사엔 새누리당 의원들이 초청을 받은데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의 대구행에 이 지역(TK) 출신 청와대 수석ㆍ비서관 4명이 동행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당내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대구행을 함께 한 TK출신 청와대 인사는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ㆍ안봉근 국정홍보ㆍ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내년 총선 TK지역의 예상 출마자로 꼽히는 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선 “청와대가 대구 지역 현역들은 배제해 이 지역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 7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박 대통령의 대구 지역 의원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서문시장은 대구 중-남 지역구 소속으로 이 지역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김희국 의원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신 비서관의 출마가 예상되는 곳이다.

이를 두고 당내 핵심 친박 인사는 “대구 의원들에게 ‘똑바로 정신 차리라’고 말한 것 이상”이라며 “대대적 물갈이를 원하는 대구 지역 민심도 이미 대통령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당사자들은 확대해석을 극도로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 업무보고에 의원들을 부르지 않은 일은 상당히 많았다. 이날 인천 행사는 과거부터 의원들이 쭉 참석해 온 것”이라며 “대통령이 일부 총선 출마 예상자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현역 의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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