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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중국 국유기업 개혁 ‘시즌3’ … 이번엔 M&A·IP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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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의 국유기업은 15만5000개나 된다. 2013년 말 기준 국유기업의 연간 총 매출은 47조1000억 위안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6%가 넘는다. 이 수치만 봐도 국유기업은 중국 경제의 기둥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국유기업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까지 생산하며 경제를 이끌었다. 중국석화(시노펙)와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등 주요 국유기업은 포춘 등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의 선두권을 이루는 단골 손님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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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로는 세계 굴지의 기업과 어깨를 견주지만 경쟁력으로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7월 중국 국유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줄었다. 순이익의 감소폭은 더 커 22.1%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민영 기업의 매출은 5.2%, 순이익은 6.5% 늘었다.

 국유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비효율은 중국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국유기업에 집중된 자원의 낭비가 경제 전체의 손실로 이어져서다. 중국의 은행 대출 중 89%가 국유기업에 몰려 있다.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이 잘나가고 민간기업은 후퇴한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산업 구조조정과 내수 확대를 위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정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유기업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출범 첫 해인 2013년 국유기업 개혁 방침을 천명했다. 그리고 2년 만에 개혁의 청사진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이 국유기업 개혁안을 승인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덩샤오핑(鄧小平)과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추진한 1·2차 국유기업 개혁에 이은 ‘중국 국유기업 개혁 시즌 3’의 막이 올랐다.

  78년 시작된 국유기업 개혁 ‘시즌 1’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였다. 국유기업이 국가에 내던 이윤을 세금으로 납부케 했다. 국가가 국유기업에 주던 자금은 은행을 통한 대출로 전환했다. 시즌 2는 94년 이후 본격화한 ‘선택과 집중’ 시기다. 중소형 국유기업을 합병·매각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했다. 국가 기간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은 민영화하지 않았다. 조대방소(<6293>大放小·큰 것은 잡고 작은 것은 놔둔다) 전략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시즌 3 개혁안의 골자는 대형 국유기업을 포함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타 기업’을 키우고 기업공개(IPO)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규모 민영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핵심은 혼합소유제다. 정부가 국유기업의 지분을 줄이는 대신 기업공개(IPO)를 통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수익 극대화와 경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차이나 쇼크’에 대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에 증시 침체 등 악재가 겹쳤다. 수출과 수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8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수입은 13.8%나 줄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유기업 개혁을 경제 성장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모델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라고 보도했다. 테마섹 모델에서 정부는 배당을 받는 주주로 제한되고 회사 운영은 투자 전문가인 경영진이 맡는다. UOB 카이햔 홀딩스 주차오핑 이코노미스트는 “혼합소유제가 도입되면 기업의 투명성 강화, 법과 규범 준수, 부패 척결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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