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OO페이'…지갑 없는 세상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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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OO페이’, ‘XX페이’가 새로 나왔다는 뉴스와 광고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페이(Pay)’는 주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 주로 쓴다고 하네요. 그런데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도 돈을 꺼낼 수 있는 페이가 새로 나왔다는 데 어떤 거죠. 지갑이 없는 세상이 온다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지갑 없는 세상이 올 가능성이 큽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페이’가 쏟아져 나오면서 앞으로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일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거지요. 지난달 20일 나온 ‘삼성페이’는 기존의 페이와는 달라서 궁금한 내용이 많을 것 같네요. 그동안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몰에서 결제하기 위해 나온 페이와 달리 삼성페이에는 추가 기능이 있어요. 바로 지갑 속 신용카드의 역할을 대신 한답니다. 삼성페이는 지갑을 꺼내는 대신 이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어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돈을 낼 수 있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는 동작으로 실행한 뒤 지문을 대면 스마트폰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답니다. 그런 다음 스마트폰 뒷면을 가게에 있는 신용카드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결제가 바로 됩니다. 음식점이나 가게에서도 삼성페이를 위해 따로 돈을 들일 필요 없이 기존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두면 되지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란 신기술 덕분에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를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삼성페이에서 눈길을 끄는 기능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랍니다. 아직까지는 우리은행에서만 할 수 있지만 무척이나 새로워요. 별도의 신용·체크카드나 예금카드 없이 스마트폰을 대면 ATM에서 돈을 꺼내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답니다. 물론 바로 ATM에서 할 수 있는 거는 아닙니다. 우선 우리은행 지점을 방문한 뒤 인터넷뱅킹 혹은 스마트뱅킹을 신청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삼성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받아 스마트폰에 깔면 됩니다. 삼성페이 앱에 우리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계좌용)를 넣습니다. 그리고 단문서비스(SMS) 인증 번호, 지문, 앱용 여섯 자리 비밀번호(PIN)를 등록하면 됩니다. 이제 ATM 근처로 가면 됩니다. 우선 줄을 설 필요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먼저 만지면 됩니다. 계좌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를 넣습니다. 1만원을 뽑을 것인지, 5만원을 인출할 건지 선택하면 됩니다. 지문을 스마트폰 앞쪽에 댄 뒤 스마트폰 뒷면을 ATM에 가져다 대면 돈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도 비슷한 순서를 거치면 됩니다.

이미 몇 년 전에도 스마트폰으로 ATM에서 돈을 꺼내는 것(스마트뱅킹)을 봤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내용이 완전히 달라요. 예전엔 스마트폰은 단순히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만 확인해주는 역할만 합니다. 사실상 기존의 카드와 똑같은 거죠. 그런데 삼성페이는 스마트폰 자체가 돈을 인출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맡게 되고, ATM은 단순히 돈을 내주는 기능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스마트뱅킹의 경우 ATM이 고장 나서 옆에 있는 ATM으로 옮겨서 돈을 뽑아야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일일이 인증을 하고, 비밀번호를 다시 넣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페이는 ATM이 고장 나도 바로 옆에 있는 ATM으로 가서 스마트폰만 대면 돈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걱정하게 될 겁니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우선 지문을 통한 인증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죠. 사람의 지문이 일치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다르죠. 잃어버렸을 경우 ‘위치 찾기(Find My Mobile)’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의 위치를 찾고, 남이 못 쓰도록 ‘잠금’ 기능도 할 수 있답니다.

삼성페이를 이용해본 사람 대부분이 다시 사용한다는 조사가 나왔답니다. 삼성페이를 두 번 이상 사용한 고객의 비율은 86.4%이었고, 한 번만 사용한 비율은 13.6%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즉 삼성페이를 사용한 회원의 10명 중 9명은 삼성페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용자는 생활하는 주변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삼성페이는 외식점·편의점·간이음식점 등 일상 생활에서 많이 방문하게 되는 동네 가게에서 결제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외식업종(25.7%)에서 결제가 가장 많았고, 편의점(13.3%), 분식집·간이음식점(11.8%), 커피전문점(10.3%) 순이었습니다. 기존 페이나 모바일카드가 백화점·대형마트·프랜차이즈음식점에서 결제가 많았던 것과 사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연령대로 봤을 때는 40~50대보다 30대가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30대의 경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사용에 익숙하고, 활발하게 소비 활동을 하기 때문이겠죠. 성별로는 남성의 비중이 86.5%에 달했지요.

앞으로 삼성페이는 세계 시장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애플페이, 구글 안드로이드페이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지문인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애플페이를 내놓았지만 아직 크게 인기를 모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음식점이나 가게에 NFC 단말기를 둔 경우가 10%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삼성페이는 중국의 국영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은련)와 제휴해 조만간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국에만 600만이 넘는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삼성페이를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삼성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중 상대적으로 비싼 기종(갤럭시S6, 갤럭시 S6 엣지, 갤럭시 노트5,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으로만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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