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월성 신라 왕궁 발굴…찔끔찔끔하다 보면 하세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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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월성(月城) 신라왕궁 발굴현장을 찾았다. 월성은 삼국사기의 기록을 근거로 신라의 5대 왕인 파사 이사금 22년(101년)에 건설돼 신라가 멸망한 경순왕 9년(935년)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신라의 중심 궁성지다. 2000년 월성을 포함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박 대통령은 1975년 7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국립경주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한 다음 황남대총 발굴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77년부터 79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불국사·보문관광단지 개발 현장 등을 찾았다. 정확하게 같은 현장은 아니지만 꼭 40년 만에 경주의 유적 발굴 현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행보는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전통문화 재발견과 그 적극적 활용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하여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대구를 찾아 대구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서문시장까지 방문한 후 박 대통령은 경주의 발굴 현장으로 자리를 옮겨 나선화 문화재청장으로부터 발굴 현황을 보고받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나 문화재청장의 보고를 받은 뒤 “(월성 복원사업은) 정부가 쭉 추진하는 문화융성에도 맞는다”며 “경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데 이런 경주 역사 유적지구를 잘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은 문화융성을 계승하는데 있어 핵심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월성 지역뿐 아니라 8개 유적지가 있다. 그런데 좀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복원하는 부분을 잘하지 못했던 것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금이라도 문화재청에서 신라 왕경 핵심유적에 대해 인력이나 예산을 최대한 투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주시기 바라겠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찔끔찔끔 하다보면 하세월이고 그러니까 좀 집중적으로…”, “지금부터라도 분발해서 잘하고, 어쨌든 발굴과 복원 작업을 차근차근 꼼꼼하게…”라면서 발굴 및 복원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시찰 도중 한 참석자가 지난 1962년 9월7일 제1회 신라문화제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압지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오자 이를 살펴보기도 했다.

월성 복원 사업은 경북도와 경주시, 문화재청이 협력해 2025년까지 시행하는 신라 왕경 복원·정비 사업의 한 부분이다. 총 사업비 9450억 가운데 올해 70억원, 내년에 210억원이 월성 복원에 투입된다. 신라왕경 복원사업 예산은 올해 400억원에서 내년 453억원으로 증액된다.
지난해 12월 내부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경주시 인왕동 387-1번지 일대 성벽 9만9000㎡와 성내 10만8000㎡를 합쳐 전체 면적이 20만7000㎡에 이른다. 동서 방향으로 길쭉한 월성을 서쪽부터 A∼D 4개 구역으로 나눠 우선 C지구의 유적 분포 상황을 파악 중이다. C지구를 먼저 조사하는 이유는 지중 탐사 결과 왕국의 중심 건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의 기초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또 발굴현장을 상시 공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발굴 콘텐츠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기록화 연구(사진학·영상공학·측량학), 성벽 축조공법 연구(토목공학), 절대연대 연구(물리학), 고대 지역생태환경연구(지리학·생물학), 고대 토지이용전략 연구(지형학·도시공학) 등 다양한 학제 간 융합연구가 이뤄진다.

신준봉·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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