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여성 車 세일즈 '볼보자동차 코리아 영업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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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자동차가 남성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젠 새로운 상황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난 2월 볼보자동차 코리아에 입사한 김선영(25)씨. 새내기 세일즈우먼이다. 그는 입사 이후 지금까지 대당 5천만~7천만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5대 팔았다.

그는 월급 외에도 4백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영업 교육기간을 빼면 그가 실제 영업에 뛰어든지 불과 두달 남짓 만에 거둔 성과다.

"어떤 고객들은 '여성이 자동차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고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죠. 자동차의 재원과 성능.안전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고객들의 상담 전화를 받으면 "남자 직원을 바꿔라"라며 보조업무를 맡는 여직원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김씨가) 결혼한 뒤에는 애프터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땐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 한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 때 무용을 전공하면서 알게 된 주변 지인들에게 펼친 적극적인 판촉도 주효했다.

김씨는 "입사 초기 가족들이 '여자가 파는 자동차를 누가 사겠느냐'며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고객들을 상대한다면 오히려 남성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볼보코리아의 인사담당을 맡고 있는 이향림(42)상무는 업계에서의 이같은 여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우 올해 뽑은 신입사원 5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현재 전체 직원 30명 가운데 여직원은 12명으로 해마다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1998년 회사 창립 때부터 일하고 있는 이진오(37)부장은 "회사 출범 당시에는 16명의 직원 중 여성은 3명 밖에 되지 않았고 여직원의 업무도 비서 일에 그쳤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통관 업무를 하며 딜러(판매상)에게 차를 배정하는 김은혜(25)씨는 지난 4월 입사했다. 그의 업무는 예전엔 남성들의 차지였다.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가 많은 딜러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딜러들과 함께 일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여성이기 이전에 업무능력을 앞세운 파트너로서 딜러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상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고 육아를 위한 보육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여성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결코 남성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성차별의 벽을 없애는 것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익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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