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처남 취업청탁관련 해명글 여야의원에 보내

중앙일보

입력

처남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이 여야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사건의 전말이라며 결백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조만간 문 의원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음은 문 의원이 보낸 '저의 처남 청탁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주요 내용.

저의 30여년 정치 역정은 단 한 번도 자식이나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온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집안의 송사가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께 사과를 드린바 있습니다.

결단코 저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없고,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부탁이나 청탁을 받은 사실도 없습니다. 처남이 미국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도 집안의 민사소송 과정에서 처음 알았고, 그 회사 대표와는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습니다.

검찰의 조사과정을 통해 파악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물러나 있던 2004년 3월, 처남이 대한항공에 납품한다며 대한항공 측과의 소개를 저의 처에게 부탁하자, 저의 처는 대한항공의 모인사와 평소 친분을 갖고 있던 제 지인에게 다시 소개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한항공 납품건은 성사되지 않았고, 제 처가 알고 있는 부분도 그게 전부입니다. 물론 저는 이 모든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한항공의 또 다른 인사가 제 처남을 다시 미국물류회사에 소개해 주었으나, 그 물류회사에 대한 납품도 성사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처남이 그 미국물류회사 대표가 같은 종씨임을 알고 재차 찾아가 취업을 부탁했고, 그 대표는 이민생활 초기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생각에 집안 어른으로서 도와주고 싶었고, 또 향후 제 처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컨설턴트로 고용해서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제 처남이 이 미국회사에 취업해 봉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저와 저의 처는 물론 알지 못했고 처음 소개를 해준 대한항공 인사들조차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처남이 저와 제 처와의 민사소송 과정에서 패소가능성이 높아지자 해당 청구권에 대한 시효 연장책으로 자신이 미국회사에서 받은 월급을 이자라고 주장하면서 작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제 처남이 일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알아본 바에 의하면 미국 회사에선 상근하지 않고 부정기적 자문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컨설턴트가 일반화되어 있고 해당 회사도 처남 외에 여러명의 컨설턴트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민사 판결문에도 제가 처남에게 갚아야 할 돈이 없었음이 나와 있고, 때문에 제가 처남에게 이자를 주기 위해 취업을 부탁할 이유가 없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검찰의 조사과정에서도 제 처와 친인척, 그리고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관련자 모두 한 목소리로 제가 제 처남의 취업과 관련이 없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검찰은 지난 9개월 여간 철저히 조사해 왔습니다. 검찰이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과 조사받은 사람들의 일관된 증언들을 종합하면, 검찰은 조만간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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