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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광릉숲에서 열리는 포도밭예술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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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포도밭에서 농익어가는 포도 향기에 취하고 예술의 흥취도 즐겨보세요.”

광릉숲 자락인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1만㎡ 규모의 친환경 포도밭에서 오는 5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포도농장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포도밭 예술제’가 열린다. 1998년 이후 18년째 포도 수확철에 이어지는 행사다.

예술제를 마련한 주인공은 포도농사와 ‘시(詩) 농사'를 함께 짓는 농부 시인 류기봉(50·사진)씨. 류씨는 1993년 김춘수ㆍ이수익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시학’에 등단한 중견 시인이다. 그동안 ‘이제 모자를 벗으세요’ ‘장현리 포도밭’ ‘자주 내리는 비는 소녀 이빨처럼 희다’ 등 3권의 시집을 냈다. 시의 소재는 포도밭과 농촌의 일상이다. 이 같은 공로로 2006년 흙사랑생명사랑상, 2012년 남양주시 농업인 대상을 수상했다.

류씨는 “포도밭 예술제는 스승 김춘수(2004년 작고) 선생의 제안으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스승은 “프랑스 여행 중 시골 농장에서 열리는 작은 예술행사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시도 쓰고 농사도 지으니 농장예술제를 열기에 제격”이라며 류씨에게 포도밭 예술제를 권유했다.

이번 예술제에서는 양준호ㆍ이영광 시인이 ‘시를 포도밭에서 보다’ 등 자작시 5편을 광목에 붓글씨로 적은 육필 시로 만들어 포도밭에 내건다. 시인들은 육필 시를 낭송한 뒤 참가자들과 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어린이책과 교양서적을 읽을 수 있는 ‘숲속 책방’도 마련된다. 포도를 주제로 어린이들이 그린 포도밭 그림 10여 점도 전시된다.

포도밭 투어와 포도 시식, 포도주 시음, 비트홀릭의 타악 퍼포먼스, 포도밭 식당 등도 마련된다. 포도 요리 연구가 이명신씨와 전통 포도주 연구가 남선희씨가 포도 요리의 비법을 일러주고 참가자들과 대화도 주고받는다. 남양주시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예술제의 참가비는 무료다. 9월 한달간 포도 따기 체험 행사도 열린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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