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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팔로군 출신 96세 일본인에게 자리 찾아가 항일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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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장’을 수여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항일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훈장을 일본인에게 수여했다. 시 주석은 전승절 공식 행사의 첫 순서로 2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항일전쟁 승전에 기여한 내외국인 30명에게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장’이란 이름의 훈장을 수여했다. 이 속에 1940년대 중국 공산당원들과 함께 팔로군의 일원으로 동족인 일본군과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고바야시 간초(小林寬澄·96)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팔로군은 2차 국공합작 이후 국민당 주도의 국민혁명군에 편입된 공산당 군대다.

 고교 졸업 후 일본군에 징집된 뒤 중국 대륙으로 파병된 고바야시는 칭다오(靑島) 부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팔로군의 포로가 됐다. 일본에서 훈련받은 대로 자결을 시도한 그를 팔로군 병사들이 막아서며 살려 냈다. 그 이후 팔로군을 따라 옮겨 다니는 동안 일본군에 의해 불태워진 마을과 살해된 주민들을 목격하면서 결국 팔로군의 일원으로 ‘전향’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함께 반전동맹을 설립해 대일항전에 참전했고, 일본 패망 이후에는 국민당에 맞서 싸운 뒤 55년 일본으로 돌아갔다. 고바야시가 훈장을 받은 2일은 그의 96회 생일이기도 했다.

고바야시 간초

 이날 훈장 수여식에는 시 주석뿐 아니라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원 참석했다. 고바야시 이외에는 옛 팔로군 병사 등 중국인 21명과 외국인 9명이 훈장을 받았다. 이 중에는 종군 의사로 많은 중국 병사를 치료했던 캐나다인 의사 노먼 베순의 후손과 난징 대학살 때 많은 중국인을 피신시켜 ‘중국판 쉰들러’로 불렸던 독일인 욘 라베 후손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이날 수훈자를 연단으로 나오게 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수훈자석으로 찾아가 일일이 목에 훈장을 걸어 주고 손을 맞잡으며 정중하게 인사하는 등 깍듯한 예우를 했다.

 한편 시 주석은 훈장 수여식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하고 30여 개국 이상 국가지도자급 외빈들과 만찬 리셉션을 주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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