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장, 조합원 아니어도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합원이 아닌 변호사·회계사 같은 전문가가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최고경영자(CEO) 조합장’ 제도다. 지금은 조합원만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이사, 감사가 될 수 있어 전문성이 떨어지고 비리에 연루되기 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토지 소유자나 조합원의 과반수가 지자체에 요청하면 지자체에서 공모를 거쳐 조합장 등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추진위를 구성하거나 조합 설립과 관련한 동의서를 받을 때는 반드시 지자체의 검인을 받은 양식을 쓰는 ‘검인 동의서’가 도입된다. 조합원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동의서 위·변조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비사업의 규제 합리화와 투명성 제고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CEO 조합장 제도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2052개 구역 중 877곳(42.7%)이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갈등 문제로 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규제 합리화 차원에선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이 완화된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하기 위해선 전체 소유자의 4분의 3, 동별 소유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가가 있는 동은 영업권 보상 등을 주장하는 조합원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별 동의 요건을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낮추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구 중 기반 시설이 충분한 곳은 도로나 공원 등을 조성해 지자체에 돌려주는 기부채납 대신 현금을 납부하고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준주거·상업지역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는 전체 연면적의 20% 범위 내에서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주택과 상가만 분양할 수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역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동의 요건이나 기부채납 관련 규제를 푼 만큼 앞으로 재건축·재개발지구가 사업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법제화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