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문화계 인사 … 장구채 잡고 덩더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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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화소통포럼’에 참가한 15개국 문화계 대표들이 1일 국립국악원 강습실에서 장구 배우기에 나섰다.

머리가 절로 끄덕이고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채를 쥔 손이 어설퍼 보이지만 “덩 덩 쿵따쿵” 장단을 맞추는 솜씨가 제법이다. 1일 오전 서울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강습실은 다국적 실습생들의 풍물 체험장이 됐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최정화)이 주최한 ‘문화소통포럼(CCF) 2015’에 참가한 15개국 문화계 대표가 한국 전통음악 맛보기로 장구 30분 배우기에 도전했다.

 “메이크 어 써클(원을 만드세요)” 양손에 대나무 채와 궁굴채 쥐는 법을 시연한 뒤 휘모리장단을 가르치던 이성재 강사가 장구 잘 치는 요령을 알려준다. “딱 쿵따 쿵따 쿵 따다” 소리가 멋스러워지면서 모양새가 잡혀간다. 인사동과 한국가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견학에 창덕궁 달빛 기행과 한식 만찬 등으로 꾸려진 빡빡한 프로그램 사이에 스며든 음악의 향기가 신명난다.

 강습이 끝난 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이 나와 ‘웃다리풍물’을 선사했다. 꽹과리·징·장구·북이 어우러져 품고 풀어주며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끌어가는 에너지 넘치는 소리에 참가자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의 환호성을 올렸다.

 그래미상 수상자로 이름난 미국 음악인 롭 모스는 “완벽한 리듬을 추구하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했다”며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뉴욕에 돌아가면 사물놀이를 응용한 새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TV 앵커인 이리나 샤라포바는 “유럽 재즈를 능가하는 음악성을 느꼈는데 이들이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포럼은 2일 ‘스마트시대의 문화소비’ 토론회와 ‘문화소통의 밤’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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