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천국 도서관, 디지털 시대 활로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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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은주 위원장

현대소설의 거장인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 도서관이야말로 인류의 지혜가 한데 모인 보고(寶庫)이자 정신의 쉼터라는 의미였다. 과거 많은 나라들이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와 병원에 이어 도서관을 건립할 정도로 공공재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까. 이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가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여는 도서관발전 대토론회 ‘국가발전과 도서관의 역할’이다.

 위원회 출범 4년차를 맞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역대 도서관 관련 토론회 중 최대 규모다. 2일에는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 및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교육청과 지자체로 이분화되어 있는 공공도서관 행정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최은주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위원장은 “현재 공공도서관 관리가 나뉘어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이인호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은 ‘국민행복과 미래를 이끄는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한국 도서관의 현실을 돌아보고, 디지털 시대 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지방의 작은 도서관들이 고급 정보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도서관 이용자 수 감소나 사서의 역할 약화 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정보 전달이라는 과거의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문화와 교양,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브라이언 애슐리 영국예술위원회 도서관 부문 디렉터는 ‘지역사회의 심장, 국가발전의 마이크로칩’이라는 주제로 영국 도서관 서비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강연한다. 영국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예술위원회가 2012년부터 시작한 ‘미래의 도서관을 상상한다’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한상완 초대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도서관 기능의 강화가 지식정보 기반의 인본주의 사회를 구현하는 요체임을 강조하고 법제 정비와 운영관리,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도서관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044-203-2618.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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