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번역부터 골프관광까지…의약품 리베이트 일당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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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제품을 써주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수백차례에 걸쳐 금품을 건네거나 골프 관광 접대를 하는 등 리베이트를 한 혐의로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사 536명도 이들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함께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단장 이철희)은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판매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A제약회사 영업이사 손모(46)씨와 외국계 의료기기 업체 B사 한국지사장 김모(46)씨 등 7명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대학병원 의사 김모(48)씨 등 의사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자신의 회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의사 461명에게 554차례에 걸쳐 모두 3억6000여만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의사들에게 논문 번역료나 시장조사 응답 보상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지만 실제로 의사들은 번역이나 시장조사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계 의료기기 업체에 근무하던 김씨는 2013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의사 74명을 방콕이나 하와이, 싱가포르 등으로 데려가 골프관광을 시켜주는 등 모두 2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리베이트 단서를 남기지 않기 위해 대형 제약회사 7곳의 영업사원들에게 특정 술집을 지정해주고 술값을 미리 결제해두라고 요구한 뒤 나중에 공짜로 술을 마시거나 영업사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적발된 리베이트 제공 업체들과 의사들 중 339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다만 리베이트 수수자도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 이전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 200여명에 대해서는 처분 의뢰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2회 이상 드러날 경우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실시되는 등 행정처분이 강화됐음에도 여전히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를 제공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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