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시화호와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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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새만금 간척사업이 경기도 안산 시화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구상을 종합하면 새만금호는 시화호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지난 5일 "새만금사업을 중단하거나 취소하지 않겠다. 전주권 그린벨트도 풀겠다. 한두달 안에 담수호 조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일에는 "환경을 황폐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 농지보다 더 생산성있는 용도를 찾아내고 환경도 지키겠다"고 밝혔다.

권오규(權五奎)청와대 정책수석은 11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갯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결론이 나오면 제4방조제 일부 구간을 허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설계에는 없지만 제4방조제에 갑문을 추가로 설치해 해수를 유통시킬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하면 ▶방조제 완공▶전주권 그린벨트 해제▶농지와 담수호 조성 재검토▶해수 유통 등의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초 목적인 농지와 담수호 조성을 포기하고 본격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해수를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화호 모습 그대로다.

1994년 1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끝낸 시화호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마련되기 전 물막이(94년 1월)▶오염된 강물 유입으로 갯벌 생물 떼죽음(94~96년)▶갑문으로 바닷물 유통(96년 6월)▶담수호 포기(2001년 2월)▶주변지역 누더기 개발 추진(~현재) 등이다.

특히 시화호는 방조제 완공 2년 뒤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20ppm 이상으로 치솟았다. 정부가 뒤늦게 안산.시화.화성 하수처리장을 조성하는 등 수질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해수를 유통시키기로 결정했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김제시의 만경강 하류 수질은 COD 10ppm, 인(燐)의 총량은 0.484ppm으로 측정됐다.

만일 담수호에 담긴 물이라면 만경강 수질은 최하등급인 5급수도 안되는 수준이어서 4급수 이내의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면 상당한 수질개선이 필요하다.

새만금에 갑문을 추가로 설치해 해수를 유통시키더라도 오염된 강물 때문에 갯벌을 살리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찬수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녹색연합.환경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 80여명이 12일 오전 전북 군산시 새만금 제4 방조제 공사현장에 진입, 삽과 괭이로 방조제를 파내면서 바위를 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주민들이 항의하자 이날 오후 6시쯤 철수했다. [군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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