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헌 '자본주의 색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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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유재산 보호, 자본가 입당 허용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온 중국 지도부가 개혁의 결과를 법제화하기 위해 내년 초를 목표로 헌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을 놓고 중국 지도부가 미묘한 권력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변화 총정리=중국은 내년 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격)에서 헌법을 개정한다는 목표 아래 전인대.공산당.국무원을 망라한 준비기구를 발족했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팀장으로 한 6명의 '고위급 개헌 준비팀'은 지난달부터 개헌안 초안을 검토하는 한편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개정 헌법에는 ▶사유재산권 보호▶지방 권한 강화▶사영기업 권리 확대▶당 민주화 등 4개 항목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담기게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사영기업의 재산은 국유기업과 같은 수준에서 보호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보도했다. 현행 헌법 조항에는 '사회 공공재산의 보장'이라는 수준의 언급만 있고 사영 기업의 재산권에 대해선 관련 설명이 전혀 없다. 또 이번 헌법 개정에는 당내에 민주선거와 경쟁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문회보는 전했다.

◆권력갈등=개헌이 장쩌민(江澤民)시대가 끝나고, 후진타오(胡錦濤)중심의 신(新)지도 체제가 자리잡는 시점에서 추진된다. 胡주석으로선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살리면서 권력 기반을 최대한 확대.강화할 호기를 맞게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胡주석은 지난해 12월부터 '헌법에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바로잡자'는 슬로건을 들고나왔다. 공산당이 국가 위에 군림하고, 최고 권력자가 법보다 더 센 정치현실을 바꾸자는 것이다.

당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군권(軍權)을 장악한 江 전 국가주석을 둘러싼 상하이방(上海幇)을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당내 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입장차도 확연하다. 胡주석 측은 ▶당원들이 중간간부를 선출하고▶당내 경선(競選).토론을 허용하며 ▶의회격인 전인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개혁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 집중제'라는 명목으로 최고 권력자가 휘둘러왔던 당.정.군의 인사권을 손질하자는 것이다. 반면 江전주석 측은 ▶고위직 단수(單數)출마.투표 ▶전인대 대표의 무소속 출마 허용 ▶일부 하급 지방관료에 대한 주민 투표 등을 고수해왔다.

전문가들은 胡주석이 국가주석 직을 물려받은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런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江측근과 정면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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