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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못 참아요. 선생님·친구에게 끊임없이 묻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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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권주강군은 “학업계획과 진로·목표를 세운 뒤 유학을 떠나야 학업 성취와 현지 적응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군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포즈를 취했다. [서보형 객원기자]

각종 사이트 게시판이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유학정보와 경험자의 얘기까지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를 잘만 활용하면 유학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진로와 특성에 맞춰 스스로 유학을 떠날 수 있다. 그 도전자 중 하나가 권주강(14)군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유학 길을 스스로 헤쳐나가고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잠시 귀국한 권군을 지난 14일 만났다.

권주강군이 초등학교 5학년을 마쳤을 때다. 미국으로 단기 유학을 떠났다.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우려고 미국 뉴욕의 에반젤 크리스천 스쿨(evangel christian school)수업에 참여했다. 학교는 주변의 조언을 참고해 선택했다. 뉴욕에 산다는 엄마 친구를 수소문했다. 그의 딸이 다닌 곳이어서 학교와 지역 특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유학원 상담 창구도 활용했다. 자신의 진로와 학업 계획, 학습 성향, 학교 교육과정과 환경 등을 비교했다.

 에반젤 크리스천 스쿨을 포함해 뉴욕주에 있는 다른 학교의 홈페이지도 찾아보며 교과 구성, 분위기 등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따져봤다. 디자이너가 꿈이어서 예술문화가 발달한 뉴욕을 마음속에 정해놓은 터라 유학 지역을 고르느라 고민하지 않았다.

유학 전 영어·수학 기초 다져

어학 연수 목적으로 떠났지만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치는 장기 유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권군은 “미국 수업이 생각보다 제 성향과 썩 잘 맞았다”며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암기보다 실험과 토론으로 다양하게 생각하도록 가르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어 독서와 창의력 수학으로 내공 쌓아

권군이 현지인 못지않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영어 실력과 사교성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어에 흥미를 보인 권군은 재미를 못 느끼는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아버지 권유로 마을 영어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의 영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에 80여 권에 이르는 영어책을 읽었다. 권군은 “미국 만화영화와 드라마도 닥치는 대로 봤다”며 “특히 미국 고교생활을 다룬 드라마를 많이 봐 미국 학교가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군은 미국 유학 때 초등 6학년으로 입학했지만 입학시험 직후 8학년(우리나라 중2~3 단계)으로 배치됐다. 독서 내공 덕에 중간 과정을 뛰어넘은 것이다. 권군 의 아버지 권병웅(52)씨는 “아내와 상의해 수학은 교과 선행학습보다 원리·개념을 깨우치는 공부를 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말문이 트이면서 사교성도 빛을 발했다. 권군은 낯선 외국인 친구나 교사를 찾아가 수업부터 생활까지 모든 궁금증을 수시로 물었다. 방과 후엔 공부보다는 체스·농구·미술·사진 같은 활동적인 동아리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 결과 성적우수상부터 수학올림피아드 3등, 오바마 대통령상, 뉴욕 변호사협회장상까지 에반젤 크리스천 스쿨 졸업식에서 권군이 받은 상이 8개나 된다. 권군은 현재 뉴욕주에 있는 대학 예비학교인 세인트 프랜시스 프렙 스쿨(St. Francis prep School)에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2 정도에 해당한다.

방과 후 다양한 동아리 활동

권군은 자신이 다닌 중학교의 영어 교사인 가디언의 도움을 받아 진학할 고교를 골랐다. 중학교 성적, 월반한 학업 이력, 조기 유학생의 빠른 현지 적응력과 친화력, 수학 분야의 재능 등을 앞세워 여러 고교의 문을 두드렸다. 인터넷으로 지원할 고교의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원서를 내며 궁금증을 수시로 물었다. 학비·진로·환경 등 고려사항에 대한 아버지의 조언도 곁들였다.

 중학교와 고교의 입학 면접에서 권군이 늘 받는 질문이 있다. ‘이른 나이에 왜 미국에 유학 왔는가’ ‘외국인으로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언어 장벽을 넘어 학업을 쫓아갈 수 있는가’다.

 권군은 그때마다 준비해 둔 뚜렷한 목표와 방안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이었다. 주요 내용은 ▶뉴욕의 활발한 예술문화 환경이 디자이너가 되려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배움의 장이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외국인 학생·교사와 적극 어울리고 ▶미술·역사·스페인어 등 관심 분야를 넓혀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우겠다는 것 등이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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