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 폭발로 독극물 700t 사라져 … "바람 타고 한국 오기는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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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로 생긴 웅덩이 지난 12일 중국 톈진시 물류창고 폭발로 생겨난 웅덩이 주변 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15일 찍은 항공사진이다. [톈진 신화=뉴시스]

중국 톈진(天津)시 탕구(塘沽)항 폭발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 위험물질 관리 소홀과 탈법·편법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번 폭발로 16일 오후 4시(현지시간) 현재 112명이 사망했고 95명은 실종 상태다. 사망자 중 21명, 실종자 중 85명이 소방대원이다. 부상자 722명 중 58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오후 3시 현재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24구에 불과하다. 폭발 충격으로 주택 1만7000채, 기업체 2300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자동차 1만여 대도 불에 타거나 손상돼 재산피해는 모두 수백억 위안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사고 발생 5일이 지난 16일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통신 등 중화권 언론은 사고가 난 루이하이(瑞海)국제의 위험물 보관 창고 관리가 법규 위반이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위험화학품경영관리방법’은 면적 550㎡가 넘는 유독 화학물질 창고는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나 주거 지역·도로·철로·수로 등으로부터 1㎞ 이상 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물류창고는 면적이 4만6000㎡에 달하지만 반경 1㎞ 이내에 주거 시설과 사무실 건물·고속도로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주택가는 사고 현장에서 600m에 불과하다. 또 2010년 일반 자재 보관 창고로 준공검사를 받은 이 창고가 어떻게 화학물질을 보관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루이하이 측은 15일 사고가 난 물류창고에서 유독 물질을 취급 면허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안전검사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의 관리감독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톈진시 간부들과 루이하이국제가 위치한 빈하이(濱海) 신구 위험 화학품 취급 책임자들은 지난 6일 모임을 갖고 사고 예방을 위한 좌담회까지 열었지만 루이하이의 불법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또 시 안전위원회 판공실은 3월 26일부터 5월 말까지를 안전점검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점검을 했지만 모두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재 진압 경험이 적은 소방관들이 주변 환경을 고려치 않고 화재 진압을 하다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5일 물류창고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물을 뿌렸는데 창고에 적재된 탄화칼슘이 소방용수와 반응해 대량의 폭발가스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15일 “루이하이 창고에 보관 중이던 독극물질 시안화나트륨 700t이 이번 폭발로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 두려운 사실이다. 심각한 2차 오염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당국은 시안화나트륨 유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15일 오전 사고 현장 주변 3㎞ 내 주민 3300여 명을 소개시켰다. 이번 사고로 대피한 주민은 13일 3000여 명에 이어 6300여 명으로 늘었다.

 중국 환경 당국은 시안화나트륨이 상수도나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모두 봉쇄했고 관련 안전조치도 취하고 있어 주민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인터넷 등에서는 폭발로 사라진 시안화나트륨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톈진의 창고에 있던 시안화나트륨 대부분은 폭발로 인해 연소됐을 것이다. 공기 중으로 퍼졌다 하더라도 700㎞ 이상 떨어진 한국으로 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황수연 기자 chkcy@joongang.co.kr

◆시안화나트륨(NaCN)=시안화칼륨(청산가리)의 일종인 맹독성 물질로 흔히 청산소다라 불린다. 시안화나트륨이 산과 반응해 생성되는 시안화수소(HCN)는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등에서 포로 학살에 사용한 독가스 성분이다. 7~8㎏ 분량으로 1500명을 살상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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