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끗발만 좋던 존슨 이번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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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존슨

‘BPNTHWAM.’

 정상급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 쓰이는 암호 같은 말이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 중 최고(Best Player Never To Have Won A Major)라는 뜻이다. 실력이 좋다는 칭찬 같기도 하지만 메이저대회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는 선수라는 뉘앙스도 들어 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쾰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 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더스틴 존슨(31·미국)과 제이슨 데이(28·호주), 리키 파울러(27·미국)가 한 조로 플레이했다. 얄궂게도 ‘BPNTHWAM’ 세 명을 묶은 것이다.

 이 조에 속한 존슨이 6언더파 66타를 치면서 1라운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존슨은 1m93cm의 키에 360도 회전 덩크슛을 할 수 있으며, 어릴 적 야구를 할 때 투수로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크고 날렵한 그가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선두에 오른 것은 낯설지 않다. US오픈, 디 오픈, 이번 대회까지 올해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1라운드 선두를 기록했다.

 맞바람이 부는 4번 홀에서 그는 337야드를 쳤다. 또 다른 장타자 데이조차 “기묘했다”고 할 정도였다. 데이는 또 “존슨이 짧은 퍼트를 여러 번 넣지 못했다. 실제로는 8~9언더파”라고 말했다. 존슨은 “오늘 샷이 아주 잘 되어 편하게 경기했다. 꽤 쉬웠다”고 말했다.

 끝까지 쉬울지는 모른다. 존슨은 메이저대회 후반에 망가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디 오픈에서도 존슨은 2라운드까지 선두였지만 3, 4라운드 연속 75타를 치면서 49위로 밀렸다. 2010년 PGA 챔피언십은 올해와 같은 대회장에서 열렸는데 당시 존슨은 마지막 홀 벙커에 클럽을 대면서 벌타를 받아 우승을 놓쳤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

 1983년 이후 PGA 챔피언십 1라운드 선두가 우승한 사례는 없었다. 올해 US오픈에서 존슨은 마지막 홀에서 3퍼트를 하는 바람에 우승을 날렸다. 그가 ‘BPNTHWAM’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이 끝나봐야 안다.

 세계랭킹 1, 2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와 조던 스피스(22·미국)는 나란히 1언더파 71타를 쳤다. 타이거 우즈(40·미국)는 3오버파에 그쳐 컷 탈락을 걱정해야 했다. 그는 “샷은 좋았지만 퍼트가 아주 나빴다”고 했다. 2009년 이 대회 우승자인 양용은(43)은 2언더파 15위, 배상문(29)은 1언더파 24위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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