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폭격’ 전설의 전함 뉴저지…교황 미국방문기간 호텔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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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전함’ 뉴저지(사진)가 호텔로 변신한다. 오는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 기간에 맞춰서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퇴역 후 뉴저지주 캄덴에서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뉴저지가 교황 방문기간 동안 관광객 숙소로 임시 사용된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저지 전함 박물관 측은 “9월 22~26일 뉴저지의 선실 400개 침상을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제공되는 침상은 400개로 실제 해군병사들이 머물던 곳이다. 1인당 75달러를 내면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식사가 제공되며 박물관 투어와 비행 시뮬레이션 체험도 할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포시즌스호텔(6성급 호텔 체인)은 아니지만 역사적인 장소에서 저렴한 가격에 머물며 교황을 알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뉴저지주는 교황 방문기간에만 100만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저지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반 세기 넘게 현역으로 활약했던 미국의 대표적 전함이다. 1942년 아이오와급 2번함으로 진수돼 태평양전쟁 말기 레이테 해전 등에서 활약했고 일본 본토 포격에도 참가했다. 45년 9월 일본의 항복 조인식 장소로도 거론됐지만 같은 아이오와급 4번함인 미주리에게 영광을 내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취역한 뉴저지는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주요 전투에 참가했다. 16인치 대형함포 9문으로 포탄을 쏟아 붓는 막강한 화력으로 내륙 포격작전을 주로 담당했다. 원산의 북한 군수공장과 군사거점을 초토화해 유명한 ‘원산폭격’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뉴저지는 69년 퇴역했다가 냉전시기 다시 돌아왔다. 구소련 함대 증강에 위협을 느낀 레이건 행정부는 대대적 개장(改裝)을 거쳐 아이오와급 전함들을 재취역시켰다. 뉴저지함은 83년 레바논 내전, 91년 1차 걸프전에도 참전했다. 99년 최종 퇴역한 뒤에는 영구 보존결정이 내려져 뉴저지주 캄덴에서 박물관으로 사용돼 왔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사진설명
1.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개성 인근에서 내륙포격을 하고 있는 뉴저지
2. 1968년 베트남전에 참전 중인 모습
3. 1983년 베이루트를 포격 중인 뉴저지
4. 1984년 레바논에서 함포를 발사 중인 모습
5. 뉴저지주 캄덴서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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