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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 상담소] 2000개 넘는 대입전형, 백분위 같은 용어부터 배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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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난수표 같은 대학 입시 꿰뚫는 법

2000개가 넘는다고 알려진 대입전형. 내 자녀에게 맞는 전형을 잘 골라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은 바쁜 시간 쪼개가며 입시 설명회장을 찾아다니고 대입전형에 대해 공부합니다. 하지만 교육제도의 잦은 변화로 난수표같이 복잡해진 대입전형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는 것이 힘’인 줄 알았더니 ‘아는 게 병’이 됐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복잡한 대입전형을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Q. 과연 엄마 정보력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질까요

1987년에 대학에 입학한 저는 학력고사를 치르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엄마의 정보력과 관계없이 공부만 잘하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불법과외 시키며 자녀 성적 향상에 열 올리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대학 합격을 좌우하는 건 학생의 성적이었고, 치맛바람이 끼어들 틈이 많지 않았으니까요.

저도 열심히 공부해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들어갔고,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해 큰 걱정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울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훌륭한 인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시키는 걸 어렵다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했던 대로 밤낮으로 공부시키면 되니까요. 하지만 요즘에는 혼란스럽습니다. ‘엄마의 정보력이 경쟁력이다’ ‘대입전형이 2000개가 넘는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 등등의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더군요. 제가 대학을 갈 때와는 모든 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올해 중1이 된 아이는 공부를 곧잘 합니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만큼 전략을 잘 짜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대입전형을 몰라 아이 앞길을 막을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엄마가 대입전형을 알아야만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나요. (박모씨, 47, 서울 중랑구)

Q. 대입 설명회에서 3분의 1도 못 알아들었어요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지금까지는 자녀 교육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회사 다니느라 바쁘기도 했고, 아이가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처음으로 친구 손에 이끌려 대입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미리부터 알아둬 나쁠 게 없다’는 게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처음 찾은 설명회장에서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더군요.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은 마치 자신들이 고3 수험생인 것처럼 ‘열공’ 하고 있었고, 저는 강사가 하는 말의 3분의 1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많았습니다. 수시·정시까지는 알겠는데 원점수·표준점수·학생부종합전형·최저등급 등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날 이후로 밤에 잠이 안 옵니다. 대학입시가 언제부터 이렇게 복잡해진 건가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염모씨, 43, 서울 강남구)

입시 트렌드 주도하는 ‘SKY’ 입시요강 보며 큰 흐름 파악
아이 성향에 맞는 전형 살피고 학부모 스터디 모임 도움
고교생은 진로·성적 파악해 자녀 희망대학 위주로 봐야

A.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복잡해지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입니다.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해죠. 이전까지는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게 별로 없었는데, 수시모집이 확대되고 입시가 복잡해지면서 정보력이 경쟁력이 됐습니다.

첫 번째 학부모의 고민은 대입전형을 알아야 하는지, 두 번째 학부모는 대입전형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면 ‘예스’(YES)입니다. 예전에는 성적이 대학 입시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변수가 많아졌습니다. 수능 2등급대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서울대부터 삼육대까지 다양합니다. 부모가 대입을 알아야 아이에게 유리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학교에서 입시상담을 할 때나 입시컨설팅을 받을 때에도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입전형은 자녀 학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지만 대입용어는 학년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알아야 합니다. 영어 공부할 때 단어부터 외워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용어를 제대로 모르면 입시제도 관련 뉴스를 접하거나 입시설명회에 참석해도 무슨 말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집전형·수시·정시·표준점수·백분위·최저학력기준 등 기본적인 용어에 대해 파악한 후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논술전형·특기자전형 등 전형의 종류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자녀가 중학생 이하라면 수준에 맞는 대학이 어딘지 파악하는 게 어렵습니다. 내신 성적이나 모의고사 점수 등 정량화된 수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SKY를 중심으로 전형 종류와 선발 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이들 학교가 대입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입학요강을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같은 대학의 지난해와 올해 전형, 비슷한 수준의 다른 대학과 전형을 비교해 보면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녀성향에 유리한 전형이 뭔지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컨대 아이가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대회 참여에 관심이 없고 공부만 곧잘 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보다 학생부교과전형이 더 유리합니다. SKY 중에는 고려대가 합격의 문이 가장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에서 100%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연세대와 고려대는 각각 수시모집 인원의 10.8%, 23%의 학생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뽑기 때문입니다.

혼자 힘으로 입시요강을 살펴보는 게 어려우면 마음이 맞는 학부모들과 함께 스터디 모임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부모교실, 학부모아카데미 등을 활용하거나 엄마들과 같이 입시설명회에 참여한 후에 새롭게 알게 된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또 입시제도는 매년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고1 1학기를 지났다면 본격적으로 대입전형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2000여 개 전형을 전부 알 필요는 없습니다. 큰 흐름을 이해한 후 자녀에게 유리한 전형을 찾으면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상태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현재 내신과 모의고사 점수, 등급, 백분위,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향상 추이, 비교과 활동 상황, 아이 희망 진로 등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눈 후에 부모와 아이의 희망대학 전형부터 살펴보면 됩니다. 이후에는 입시설명회를 다니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입전형을 안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대입전형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아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도움말: 안광복 중동고 교사,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 김현정 디스쿨(학부모 커뮤니티) 대표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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