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비열한 지뢰 도발 묵과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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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젊은 병사 2명의 발목을 앗아간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사고가 사고가 아닌 북한군 소행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못해 치까지 떨리게 만든다.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반이 현장에서 수거한 용수철과 공이, 목함 파편 등을 북한제 목함지뢰의 것으로 확인함에 따라 북한이 매설한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해당 지역이 남고북저(南高北低) 지형에 배수가 용이한 마사토 토양인 점으로 미뤄 폭우로 인한 유실 지뢰의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그것도 아군 병사들이 지나는 길목인 철책 통문 남쪽과 북쪽 양측에 지뢰 3개를 몰래 묻은 것이다. 이는 정전협정의 명백한 위반을 넘어 살상 의도를 노골화한 비열한 남침 도발이자 천인공노할 테러행위가 아닐 수 없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이처럼 비열하고 잔인한 도발을 벌인 것은 그 규모는 작더라도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 뒤 우리 군은 추후 도발 시 도발 원점(原點)과 지휘세력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었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합참은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군은 모든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응징을 함으로써 사전경고가 엄포가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사고는 48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이번 사고는 북한의 초청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하기 하루 전에 발생했다. 이는 북한이 60년대식 군사대치 사고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못하며, 겉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남침과 전쟁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아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가 일순간에 무너진 점은 안타깝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확고한 국방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군사적 도발이 결코 북한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 진정한 대화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뢰 폭발 현장에서 우리 병사들이 보여준 침착함과 전우애는 백 번을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시 수색대원들은 전우 2명이 잇따라 쓰러지는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경계태세를 갖추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의 대북 경계태세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뢰 폭발 지점이 아군 관측소에서 2㎞나 떨어져 북한군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지만 그렇다면 사전에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어려워서 할 수 없다”는 안이한 사고가 ‘노크 귀순’ ‘대기 귀순’에 이어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군이 지난해 말부터 분계선 남측까지 자주 내려오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책이 따랐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지휘책임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