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가 이끈 한국축구, 7년만에 동아시안컵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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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2015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5 동아시안컵(JTBC 단독 중계) 3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1승2무(승점 5)로 대회를 마쳤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일본이 중국과 1-1로 비겼다. 중국과 북한은 1승1무1패(승점 4), 일본은 2무1패(승점 2)에 그쳤다.

북한전 슈팅 수 25대4. 최종 스코어는 0대0. 한국의 파상공세도 북한 골키퍼 '북폰(북한+부폰)' 이명국(29·평양시체육단)을 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4위 한국은 북한(124위)과 역대전적 6승8무1패를 기록했다.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감독은 중국과 1차전(2-0승) 베스트11 중 9명을 북한전에 선발 기용했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24·상주)과 2선 공격수 김승대(24·포항), 이재성(23·전북) 등 정예 멤버가 나섰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북한의 한 선수는 김승대에게 "축구를 못하게 담가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날도 남북대결은 치열했다. 육군병장 이정협은 북한의 거친 수비에 수 차례 쓰러졌다. 이정협은 북한 선수가 팔꿈치를 쓴다고 주심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 응원단 50여명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화려한 응원을 펼쳤다. 중국 관중들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전반 39분 이재성의 슛이 이명국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혔다. 이명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국내 팬들은 세계적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7·유벤투스)에 빗대 이명국을 '북폰'이라 부르며 그의 선방에 놀라워했다.

북한은 경기 내내 '빨치산 축구'를 펼쳤다. 일방적인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틈만 나면 배후 침투를 노렸다.

후반 28분 이정협의 강슛은 이명국의 얼굴을 맞고 튀어나왔다. 이어진 권창훈(21·수원)의 슛은 골문 앞에 서 있던 북한 선수 몸을 맞고 나왔다. 한국은 교체 투입된 김신욱(27·울산)이 후반 추가시간 볼의 방향을 살짝 바꾸는 절묘한 슛을 했지만 이마저 이명국의 손끝을 맞고 나갔다. 경기 후 김창복 북한 감독은 "이명국이 2010년 월드컵에서 뛰었다. 경험이 있고 키 큰 선수(1m87cm) 치고는 반응속도가 빠르다.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동아시안컵은 FIFA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손흥민(23·레버쿠젠), 기성용(26·스완지시티) 등 유럽파가 오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염두에 둔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파 위주 젊은피(평균 24.2세)를 중용하며 실험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김승대와 이종호(23·전남)가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 등 슈틸리케 감독의 '감별사 능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우리 팀 스타일을 유지했고, 상대를 지배했다. 오늘 경기의 유일한 흠은 득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떠한 선수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우리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4개국 중 우리 팀이 유일한 무패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앞날이 밝은 팀이니 점점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김영권(25·광저우 헝다)은 "동아시아 3개국이 점점 성장하는 것 같다. 일본은 원래 잘하고, 북한과 중국도 수준이 올라왔다. 우리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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