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 원맨쇼' 비결…'온 몸' 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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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국의 걸리버'를 보는 것 같다. 다른 타자들과 상대 투수는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54경기에서 29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이승엽(삼성)의 무시무시한 홈런 행진. 2경기당 한개가 넘는 페이스다. 홈런 2위 심정수(현대.19개)와는 벌써 10개 차로 벌어졌다. 이승엽의 '원맨 쇼'다.

그런데 잠깐, 이승엽의 신체조건은 1m83㎝, 85㎏이다. 프로야구 선수 전체 평균(1m81.9㎝, 83.3㎏ )을 간신히 넘는 정도다. 결코 '소인국의 걸리버'가 아니다. 그럼 비결은? 바로 '온몸으로 친다'는 데 있다.

▶눈

이승엽은 '눈'이 좋다. 좌.우 시력이 1.5로 뛰어난 데다 1999년 삼성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스포츠 비전' 테스트(운동선수로서의 시각능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테스트)에서 정확성과 판단력. 순간 기억력 등에서 '수퍼맨'으로 분류될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그는 투수의 손에서 볼이 떨어져 나오는 순간 이미 판단을 끝낸다.

▶머리

올시즌 1호부터 11호까지의 11개 홈런 가운데 8개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온 것이다. 반면 최근 타율이 좋아지면서 이승엽은 초구홈런에 맛을 들였다. 최근 12개 가운데 6개가 초구홈런이다. 투수들이 그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계산이 잘 안 될 때는 투수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허리

삼성의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승엽의 스윙을 "팽이가 돌아가는 듯한 스윙"이라고 표현한다. 우람한 근육에서 그냥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아니라 팽이를 돌리듯 강하게 허리를 회전해 이를 바탕으로 모아서 만들어내는 파워라는 것이다.

▶다리

이승엽은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단점을 보완하고 몸의 중심을 뒤에 남겨놓기 위해 튼튼한 하체를 갖추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매일 경기전 러닝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이렇게 다져진 다리 덕분에 바깥쪽 공을 밀어서도 너끈하게 담장을 넘기게 됐다.

이태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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