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주국방'에 힘 싣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방부가 11일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은 올해 예산보다 무려 28.3%나 증액된 액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2.7%에서 3.2% 수준으로 늘어 5년 만에 다시 3%대가 된 것이다.

국방부의 이번 예산 요구안은 기획예산처의 심의 및 국회 승인 과정 등을 거치면서 조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크게 삭감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이처럼 국방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요구한 배경에는 내년부터 주한미군기지 재배치를 위해 부지매입을 시작해야 하는 데다 한국군 역할 증강에 따라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강조해 온 점도 국방예산 증액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대선 당시 "국방비를 GDP 대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던 盧대통령은 지난 5월 조영길(曺永吉)국방장관으로부터 '자주국방 비전'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국방예산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가 경제와 조화되는 방향으로 증액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 지난 5년간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바람에 전세계 평균에 못미치고 있고 안보 위협이 높은 국가에 비해 절반 수준이 된 점도 국방예산 증액 요구 목소리를 고조시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펴낸 '밀리터리 밸런스'(2002~2003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주요 분쟁.대치국 평균(6.3%)의 절반도 안되는 것은 물론 세계 평균(3.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예산 증액을 요청하면서 내건 주요 이유는 전력 증강사업이다. 전력 증강사업은 크게 두가지로 F-15K로 기종이 결정된 차세대 전투기사업(F-X) 등 계속사업과 신규사업으로 나뉜다.

이 중 주목을 받는 것은 차기유도무기(SAM-X).공중급유기.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등 신규사업이다.

SAM-X 사업의 경우 국방부는 10년간 1조9천억원을 투입해 미국의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PAC-3) 48기를 도입하려다 가격 문제 등 때문에 지난해 협상이 결렬돼 유보됐다.

국방부는 2006년께 국방비가 GDP 대비 3% 이상 되면 SAM-X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자주국방 추진에 따라 예상보다 빨리 3%대 진입이 확실시되자 내년부터 추진키로 하고 착수금으로 1천3백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사업은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 보잉사의 AWACS를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도입키로 했으며, 모두 1조8천억원을 들여 2011년까지 4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그리고 30t의 기름을 적재해 출격하면 8대의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는 전투기의 작전범위를 대폭 확장시킬 수 있어 2010년까지 약 2조원을 들여 3~4대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할 방침이었으나, 우리 전투기의 독도 공중 체공시간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