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쉽게 알리기 여성 박사가 딱 맞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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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면 서울 삼성동 과학문화재단 5층 전문위원실은 시끌벅적해진다. 객원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여성 박사 8명과 과학문화재단 내 여성 박사 3명 등 11명이 벌이는 토론으로 사무실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지난번 모 방송국에서 내보낸 프로그램은 쇼인지 과학프로그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알맹이가 빠져 있었어요."(정혜경 객원선임연구원)

"신문매체의 과학기사와 방송매체의 과학프로그램을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기준을 만든 것으로 일단 만족하고 계속 지켜봅시다."(조숙경 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실장)

지난 4월 1일부터 도입된 객원선임연구원 제도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객원선임연구원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박사급 여성과학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첨병으로 활용하자는 취지 아래 도입된 제도. 1주일에 한차례 재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할 수 있어 시간강사와 육아를 병행해온 여성 박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객원선임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간 다음부터 '고급두뇌'들이 몰려들었다. 10명 모집에 56명이 지원, 박사급 여성과학자들의 취업난과 과학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연세대와 경원대 강사로 출강하는 김지향(식품영양 전공) 박사는 "과학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또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학문화 확산 측면에서 남성보다 적합하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10명 가운데 2명은 지난달 자리를 구해 나갔지만 나머지 8명은 '지식을 활용한 또 다른 봉사'라며 과학문화 확산에 매달렸다. 그 결과 두달여 만에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들은 매스미디어의 모니터링 뿐 아니라 재단에서 운영하는 과학사이트(www.scienceall.com)의 콘텐츠를 보완하고 질의.응답 코너에서 각각의 전공에 맞게 답변하는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과학우수도서를 골라 실제 읽었는지를 테스트하는 30문항을 출제하는 등의 과학독서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회원제 과학동아리인 청소년과학탐구반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청소년과학탐구반은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멘터(Mentor,지도교사)를 지속적으로 연결시켜주고 탐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4월 이전 5백여개에 머물렀지만 현재 전국에 1천개에 육박할 정도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이 재단 구수정 전문위원은 "내년부터는 객원선임연구원의 인원과 대상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여성과학기술인회에 박사급 여성과학자의 정확한 인원을 조사해줄 것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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