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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비수기인데 …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3조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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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사철 비수기임에도 7월 주택담보대출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안이 나오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한 규제완화 기대가 높았던 지난해 7월보다도 많은 수치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 등 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1조5709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527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매각 방식으로 넘기는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2조8483억원)을 더하면 3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7월에 주택담보대출액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7월 주택담보대출액이 가장 많았던 때는 지난해(2조5266억원)였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이유로 상당수 전문가는 저금리 속에 전세난에 내몰린 실수요자의 주택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내년 대출을 받을 때 소득심사가 강화되는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까지 겹치면서 대출액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7월은 이사철 비수기임에도 매매거래량이 5~6월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많다”며 “올 들어 저금리가 이어지고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가 적극적으로 주택매매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매거래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1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1만1634건으로, 2006년 실거래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1만 건을 넘었다. 1년 전 거래량(6164건)과 비교하면 88.7%나 늘었다

 전문가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내년에 시행되기 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내년부터 금융회사는 대출을 심사할 때 소득 증빙자료를 꼼꼼하게 살피고,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반영해 대출 총액도 줄이게 된다”며 “이처럼 대출 상환능력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기 전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수석연구위원도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당수 전세 수요자가 저금리에 돈을 빌려서 집을 사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적어도 부동산 시장의 변수인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아파트 매매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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