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환경단체, 새만금 '육탄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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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주민과 환경단체의 몸싸움으로 번졌다.

10일 오후 새만금 추진협의회 소속 주민 1백50여명이 전북 군산시 새만금 4호 방조제 공사의 완공을 앞두고 현장(그림 참조)에 몰려와 농성 중인 환경단체 회원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공사 현장에서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던 추진협 소속 주민들은 오후 3시30분쯤 경찰 저지를 뚫고 농성장에 진입, 현수막을 찢고 천막 등 농성장 집기를 바다에 던졌다.

추진협 편영수(53)사무총장은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방조제 공사를 방해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방해로 농성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환경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5시쯤 현장에서 물러났다.

농업기반공사 측은 이에 따라 공사를 재개, 이날 중으로 물길을 완전히 차단하고 이번주 내에 사석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부터 서울 환경운동연합과 전북지역 환경단체 회원 등 30여명은 선박을 이용해 군산쪽 4호 방조제 현장에 도착,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환경단체 회원들은 "방조제 공사로 바닷물의 흐름이 차단될 경우 갯벌 생태계가 훼손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0일 아침에는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의 통행을 저지하는 환경단체 회원과 공사를 담당한 건설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새만금 갯벌의 물길을 막기 위해 농기공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막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라며 "갯벌 보전보다는 조직 이익을 챙기겠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농기공 이명식 새만금사업팀장은 "바닷물이 주로 드나드는 곳은 2호 방조제 쪽이기 때문에 4호 방조제 물막이가 끝나도 갯벌 생태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찬수 기자, 군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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