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700경기 출장, 대기록과 함께 팀은 승리… 전설의 다음 목표는 777경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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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700경기 [사진 일간스포츠]

골키퍼 김병지(45)가 K리그 최초로 통산 7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김병지는 지난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 선발로 나서며 통산 7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병지는 700경기 출전을 자축하는 의미로 등번호 700번을 달고 그라운드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2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김병지의 700경기 기록은 23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다음은 김병지가 7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기 전 23일 본지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 프로 선수 24년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재미있는 골키퍼였다. 20대 땐 머리 염색도 하고, 모험적인 경기 운영을 좋아했다. 시대를 거스른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때론 즐거움을 선사했다. 돌이켜보면 80점 정도 한 것 같다.”

- 선수 생활을 이렇게 오래할 줄 알았나.
“절대 아니다. 프로 데뷔 때 34세에 은퇴한 최강희(56) 전북 감독을 보고 32~34세 쯤에 은퇴하는 걸 머릿 속에 그렸다. 처절하게 나 자신을 다스린 덕분에 11년을 더 했다.”
  
- 축구를 계속 하려고 직장에 들어갔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해 와이어로프, 도르래 등 부품들을 관리하는 검사실에서 근무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개인운동을 하는 날 보고 주변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프로에 갈 수 있었다. 축구를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신기했다. 프로 첫 계약금 1000만원은 전부 부모님께 드렸다.”
 
- 24년동안 몸무게 78.5㎏을 유지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데.
“프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술·담배를 하지 않고, 저녁 8시 이후 사적인 약속을 잡지 않는 등 100가지 금기 사항을 만들어 지켜왔다. 술·담배를 안 해도 잠을 자거나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분야의 고수가 되려면 남들처럼 누릴 수 있는 걸 포기해야 한다. 스스로와 싸웠고, 나 자신을 라이벌이라 여겼다.”
 
- 세 아들 모두 축구를 한다.
“고등학생 태백이는 공격수, 중학생 산이는 미드필더, 초등학생인 막내 태산이는 골키퍼를 한다. ‘김병지의 아들’이라는 부담이 클텐데 아들들이 ‘우리 멘토는 아빠’라고 당당히 말한다. 내가 ‘은퇴할까’하면 ‘아빠, 더 할 수 있잖아요’라고 응원해준다.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김병지는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행운의 숫자를 모았다”며 777경기 출장을 다음 목표로 잡았다. 은퇴 후엔 지도자·에이전트·행정가 등 축구 관련 일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남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 40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
“‘사오정’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40대면 자식들이 고등학생·대학생이 될 나이여서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많은 시기다. 타의에 의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족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대신 자신과 싸우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40대 가장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싶다.”

한편 이날 전남은 제주와의 경기에서 시작 4분 만에 오르샤의 패스를 이종호가 헤딩 선취골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700번째 경기에 나선 김병지가 프리킥으로 동점 골을 허용했지만,오르샤가 전반 28분과 후반 9분에 연달아 골을 터뜨리며 3대 1로 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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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700경기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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